▲영화 <위키드>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결국 영화 <위키드>의 메가폰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잘 알려진 존 추 감독에게 돌아가게 됐고, 사악한 서쪽 마녀 '엘파바' 역에 신시아 에리보가, 북쪽 마녀 '글린다' 역에 유명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본작의 크레딧에는 아버지의 성을 포함한 예명 '아리아나 그란데-뷰테라' 로 기재되어 있다)가 자리하게 됐다.
하나의 뮤지컬을 두 개의 영화로 나눈 결정과 화려한 분홍색과 초록색 일변인 예고편의 분위기가 맞물려, 원작 팬들은 <위키드>만의 정치적 코멘터리를 살려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위키드>는 뮤지컬이기 이전에 동명의 소설이었는데, 원작자 그레고리 맥과이어는 5권으로 구성된 소설이 '인식의 틀'과 파시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가 본인도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성소수자이니만큼, 이러한 메시지는 <위키드>의 중추이기도 하다.
그런 맥과이어의 말마따나,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악역으로만 묘사되던 사악한 서쪽 마녀를 비극적 반(半)영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다. 태어날 때부터 녹색의 피부를 가져 주변으로부터 따돌림받아 온 마녀 '엘파바'가 마법을 배우는 '쉬즈 대학교'에 입학해 우정과 사랑을 배우고, 마침내 '오즈의 마법사'의 눈에 나게 돼 그를 만나러 가게 된다는 줄거리는 원작 소설과 뮤지컬, 그리고 영화가 공유한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마법사는 실제적인 마법 능력을 갖추지 못한, 그러나 선한 인물로 묘사됐다. 하지만 <위키드>의 마법사(제프 골드블럼 분)는 오즈의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말하는 동물들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 '공공의 적'을 매개로 여론을 휘두르는 인물이다. 선한 마음으로 가득한 엘파바를 그런 마법사의 도우미로 삼으려고 했던 '마담 모리블(양자경 분)'은 엘파바가 마법사의 독재를 돕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곧바로 총애했던 제자를 사악한 자로 몰아가는 등 '파시스트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도 한다.
팬들의 우려에 대답이라도 하듯, <위키드>는 하나의 뮤지컬을 두 개의 긴 영화로 쪼개고, 남는 러닝타임을 통해 이러한 정치성을 충실히 보강한다. 말하는 염소로 탄압받는 대상인 '딜레몬드 교수'와 그 동료들의 분량을 늘렸고, 온 세상이 그들을 적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분노하는 약자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위키드>는 언제까지나 악인으로 규정된 자들, 모함받은 자들 그리고 약한 자들을 위한 서사시여야 하며, 본작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 무엇보다 강력한 음악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