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면 갈무리
채널A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부대들이 동반 생존을 걸고 운명공동체가 되는 연합전은 <강철부대> 역대 시리즈마다 크게 화제가 된 미션이었다. 그런데 < 강철부대W >에서는 연합전이 사실상 승패와 탈락에 큰 의미가 없는 사전미션 정도로 위상이 떨어졌다. 707X 특전사 연합은 패배했지만, 별다른 페널티나 데스매치 없이 그대로 4강전에 나갈 수 있었다.
오히려 육군X해병대 연합은 이기고도 미션을 한 번 더 치르는 '벌칙'을 받은 꼴이 됐다. < 강철부대1 >에서는 해군연합(UDTX SSU)이 연합전에서 육군연합(707X 특전사)에게 패배한 후 곧바로 데스매치 '타이어 쟁탈전'에서 마지막 생존팀을 가리기 위하여 맞붙은 바 있다. 하지만 < 강철부대W >에서는 정작 승리한 연합팀에게 최종 1위 팀을 가려야 한다는 명목으로 데스매치에서나 나올법한 '450kg 타이어 끌기' 미션을 치르게 했다.
사실 <강철부대> 제작진의 타이어와 통나무 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시리즈마다 대형 타이어나 목봉 등을 옮겨야 하는 체력 위주 미션들이 두세 번 이상은 꼭 나왔고, 이번 < 강철부대W >에서만 벌써 3번째였다. 4강전 이전까지 사격을 제외하고 대원들의 주특기나 전술적인 팀플레이를 볼 수 있는 미션은 거의 나오지도 않았다.
실제 군인들의 전문성이나 전투력과 크게 관련 없는 타이어 끌기를 미션으로 삼는 제작진의 판단에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앞선 상황에서는 모두 생존과 탈락이 걸린 데스매치였고, 이번에는 대진 결정을 둘러싼 사전미션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출연자들에게 굳이 이렇게까지 고생을 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육군과 해병대 대원들은 바로 직전에 연합인질구출작전에서 고층건물 사다리 타기와 더미 운송 등으로 이미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곧바로 진행된 타이어 끌기 미션에서는, 출연자 중 최고의 신체 능력을 자랑하던 해병대 이수연마저도 결국 기진맥진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연합 전에서 패배한 707과 특전사는 오히려 탈락에 대한 걱정 없이 느긋하게 두 팀의 소모전을 옆에서 지켜보며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이러런 미션 진행이 초래한 나비효과는 뒤이은 4강전 본 미션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연합 전 최종 1등을 차지한 해병대는 그나마 자신들이 유리한 미션과 대진 상대를 선택할 베네핏이라도 가져갈 수 있었다.
반면 함께 연합전을 승리했던 육군은 사전미션 최종 1등을 놓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행군 미션에서 밀려난 데 이어, 대테러와 사격에 더 특화된 특전사와 CQB 미션에게 맞붙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 됐다.
심지어 특전사는 450kg 타이어 끌기를 한 육군보다 미션을 1번 덜 치렀기에, 체력적으로 더 유리한 입장이 되면서 연합 전을 패배한 게 오히려 이득이 된 셈이다. 결국 주어진 미션을 충실하게 수행했고 성적도 좋았던 육군만 오히려 핸디캡을 안게 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강철부대> 시리즈 마스터인 최영재는 이번< 강철부대W >가 "전 시즌 통틀어 가장 극한의 난이도가 될 것"이라고 자랑하듯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출연자들을 과도하게 혹사시키고 부상 위험에 몰아넣는 것이 취지였다면 '극한의 난이도'는 맞다. 하지만 우수한 여군 예비역들을 데려다 뻔한 미션을 반복하는 건 불공정한 구성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이는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밀리터리 서바이벌의 진정한 매력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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