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선수협)가 주최한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시상식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녀 포함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최다 득점자인 지소연 선수는 자신의 인터뷰집 <너의 꿈이 될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린 선수들과 동료들에게 내가 걸어온 길이 가볼 만한 길로 보였으면 좋겠다. 내가 그들에게 꿈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좀더 자신을 믿고 꿈을 꾸며, 목소리 내길 부끄러워하지 말고 부딪혀보기를 희망한다."
자신의 후배들이 자신보다 나은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그는, 가능할 때 힘 있게 목소리를 내라고 다독이는 그는, 최근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국내 여자축구 선수들이 경기를 위해 옷을 입을 데가 없어 가림막 없는 천막에서 옷을 갈아입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회장을 맡은 그는 지난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은 라커룸이 없는데도 당연하게 화장실이나 천막 아래에 들어가 그냥 옷을 갈아입는다"라며 "이게 미국이면 큰일 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천막 탈의'는 외국이라면 난리가 날 일인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선수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옷을 갈아입을 데를 만들어달라'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우가 무엇인지 질문한 것이다. 그 어떤 안전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아무나 마구 들어올 수 있는 보조경기장에서 뛰는 것도 모자라 가림막 없는 천막에 사람을 세워놓고 옷을 갈아입게 하는 것이 인도적으로 맞느냐는 물음이다.
'연봉'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WK리그 최고 연봉이 5000만 원으로 10년째 그대로다." 5000만 원이 많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비교해보면 어떨까. 2014년 임금노동자 평균 연봉은 3240만 원이었다. 짜장면 값은 4500원이었다. 2024년인 지금은? 임금노동자 평균 연봉은 4200만 원, 짜장면 값은 7000~8000원 내외다. 물가가 1.5배 오를 동안 여성 프로 축구선수들의 연봉은 계속 동결인 것이다. 심지어 '최고 연봉'이 저 정도라면 나머지 선수들은 어떨까. 생계를 위해 어딘가에서 투잡을 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실업축구인 WK리그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남자 축구에 비해 리그와 팀을 향한 주목도가 떨어지다 보니 TV 중계나 홈 경기 수입 등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22시즌 지소연 선수를 영입한 수원FC위민은 리그 최초로 유료 관중을 받기 시작했는데, 평균적으로 2022년 102명, 2023년 218명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단독 스폰서나 파트너십 문의도 없었다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축구계가 여자 축구의 구조적 어려움을 탈피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잔디, 탈의실, 연봉 등의 문제들은 결국 여성 축구를 향한 사회적·제도적 무관심이 결정적 원인일 수 있다.
글로벌 회계회계·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의 지난 3월 보고서를 보면, WK 리그보다 1년 늦게 시작한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의 경우 상업 스폰서를 유치해 2022~2025년 스폰서십 재계약 시 연봉을 2배 올리는 식으로 선수들의 여건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