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버지의 세 딸들> 스틸컷
넷플릭스
<아버지의 세 딸들>은 의외로 친족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영화다. 작중의 세 자매 '케이티(캐리 쿤 분)', '레이첼(나타샤 리온 분)', 그리고 '크리스티나(엘리자베스 올슨 분)'는 암 투병기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아버지를 마중하기 위해 한 아파트에 모이지만,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것이 아닌, 서로에 대해 쌓인 오해를 푸는 것이다.
장녀 케이티는 허구한 날 아파트에서 대마초나 피우는 차녀 레이첼을 증오한다. 아버지를 돌볼 의지도 없는 레이첼이 오직 집의 상속을 위해서만 간병인을 자처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케이티와 크리스티나와 달리, 레이첼이 입양된 딸이었던 것도 그 생각의 형성에 일조했다. 어떻게든 레이첼에 대한 비난을 정당화할 증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케이티는 결국 오래된 사과로 가득한 냉장고를 발견하고, 살림을 제대로 관리할 여력도 안 되는 사람이라며 레이첼에게 화를 낸다.
레이첼은 케이티의 분노를 냉소적으로 받아치고, 방 안에 칩거한다. 이에 이따금 레이첼의 아파트를 방문하던 그의 애인이 대신 나머지 두 자매와 맞선다. 그는 레이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상을 알린다. 레이첼은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아도 그 누구보다도 간병 일에 진심이었으며, 냉장고에 가득한 사과는 아버지가 '사과만 찾던 시기'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직후, 케이티는 사과를 시도하지만 너무나도 늦은 시기 때문에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다. 결국 이는 또다른 케이티와 레이첼 사이의 싸움으로 번지고, 영화는 그 둘을 막아서며 둘 다 끔찍한 사람이라고 비명을 지르는 막내 크리스티나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크리스티나는 영화 초반부터 세 자매 중에서 가장 완벽한 사람으로 보인다. 외국에 있는 가족과도 하루에 여러 차례씩 통화하며, 틈만 나면 노래를 부르고 요가를 하는 등 자기 계발에도 충실하다.
케이티와 레이첼은 이를 크리스티나의 과시로 받아들이지만, 이후 세 자매의 대화에서 크리스티나는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기에 계속해서 자기 가족을 찾았던 것으로 밝혀진다. 어릴 때부터 '알아서 잘한다'라는 소리를 들어 온 크리스티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모든 문제를 혼자 짊어지는 유형의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맹렬한 싸움과 충돌을 통해 서로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세 자매는, 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평화를 되찾는다. <아버지의 세 딸들>은 이러한 전개를 통해 영화의 초점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가 아닌 그의 세 딸 – 세 여성의 이야기임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작중 크리스티나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와 단둘이 영화를 봤던 기억을 회상한다. 당시 아버지는 영화 속 죽음을 보며 '전부 거짓'이라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장대한 음악이나 명대사가 아닌, 오로지 그의 부재를 통해서만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한 아버지의 대사처럼, <아버지의 세 딸들>은 죽음을 '핑계 삼아' 얽히고설킨 세 딸들의 마음을 천천히 풀어낸다. 물론 그 플롯 전반에 '아버지의 부재'가 강력하게 깔려 있으니, 동시에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재의 적절한 선택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노골적인 엔딩? 아니, 씁쓸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