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에서 정체는 도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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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후, 병원 대기실 텔레비전에서 <무쇠소녀단>을 우연히 봤다. 철인3종 경기 모의 훈련이라고 했다. 수영 2년 배운 나는 수영장에서 1시간에 500m를 한다. 진서연님은 4개월 만에 강물에서 1.5km를 수영한다고?
내 수영은 그저 재미였다. 내가 저지른 한심한 일을 물에 흘려보내는 것만으로,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하찮은 감정을 밖으로 밀어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스트레스 받았을 때 분노로 달려드는 날이 있긴 했지만(참고 :
수영장에 나타난 50대 아저씨, 우울이 사라졌다 ) 자주 그러진 않았다. 즐겁자고 하는 운동을 유난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무쇠소녀단> 본방을 처음으로 챙겨봤다. 철인 3종 경기 실전 영상이었다. 진서연 님은 수영에서 컷오프(제한시간) 2분을 남기고 간신히 통과했다. 나는 눈물이 찔끔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 코스에서 컷오프 당하겠네' 싶었다. 저정도 했으면 더이상 남은 체력이 없어야 했다. 나랑 똑같은 40대인데 저 상태로 사이클 40km를 탄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 그런데 사이클 업힐(오르막길)에서 남자 참가자들을 추월한다. 말도 안 돼!
내가 유치한 질투를 했던 거다. 나와는 전혀 다른 땀과 의지를 '방송이니까, 전담코치가 붙었으니까' 하면서 어떻게든 깎아내리는 마음, 그거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성실 회원이라 해도 나만 아는 불편한 가시가 박혀 있었다. 수영할 때 가끔 그 가시가 미묘하게 아렸다. '재미있으니까 됐지'라고 다독이면서 내 속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열등감은 부정할 수 없었다. 물살은 공평했지만, 내가 그 물살에 부딪힌 방식은 어딘가 어설펐다. 미묘했던 가시가, 어설프게 부딪힌 물결이 엉뚱한 데에서 질투로 폭발한 것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분명 있었다. 아니, 나도 거기까지의 즐거움을 위해 분명 노력은 했다. 같이 시작한 다른 회원들이 레인 왕복을 할 때 나는 못했기에 자유수영을 따로 끊어서 연습했다. 레인 왕복 연속 10번쯤 할 수 있을 때 내가 할 노력은 다했다고 믿었다.
수영에서 정체는 도태였다. 아등바등 해야 연속 10바퀴가 나오는지라 굳이 또 하고 싶지 않았다. 8바퀴 돌아 놓고서 '10바퀴 할 수는 있지만 굳이 힘 뺄 필요 없잖아?' 했다. 못했으면서 안 했다고 포장했다.
성취감은 끝내 내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