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키드>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아름다운 넘버들로 유명한 <위키드>지만, 관통하는 메시지는 마냥 아름답지 않다. 오히려 선과 악에 대한 본질적인 고뇌에 가깝다. '사악한'을 뜻하는 단어 'Wicked'가 제목인 것처럼, 해당 작품은 촉망받던 신예 '엘파바'가 어쩌다 사악한 서쪽의 마녀라 불리게 됐는지 이야기한다. 그의 삶을 이해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으니, 그건 모두에게 사랑받는 마녀 '글린다'다.
첫 만남부터 잘못 꿰맸다. 정반대인 두 마녀는 각자의 콤플렉스를 찔렀다. 초록색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외면받는 엘파바는 인기 많은 글린다가 어쩐지 밉고, 대마법사를 꿈꾸는 글린다는 타고난 재능을 뽐내는 엘파바가 얄밉다. 그래서 둘은 만날 때마다 마법으로도 못할 악담과 위선을 쏟아낸다. 서로에게 모난 돌인 두 사람은 계속 긁고 긁히다가 한순간에 행동을 멈춘다.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던 엘파바가 벽을 무너뜨리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었던 글린다가 손을 내밀게 된 순간, 두 마녀는 속수무책으로 우정이란 감정에 빠져 서로를 흡수하고 이해하게 된다. 세밀하게 짜맞춰진 우정은 어떠한 역경도 이겨낼 듯했지만, 언제나 적은 가까이 있었고 둘은 갈림길로 내몰린다.
영화 <위키드>에 얹힌 감칠맛은 주인공 엘파바와 글린다의 뒤틀린 캐릭터성이다. 두 사람은 처음엔 자신이 가진 힘과 성품을 믿지 않고 스스로를 궁지에 몰았다. 그런 그들이 마침내 '나'라는 틀을 깨고 타자를 만나 구축하는 세상을 보면 어떠한 판타지와 견줄 수 없다. 마냥 착하거나 나쁘지 않은 캐릭터성은 갈고리처럼 관객을 낚아 그들의 입체성을 매만지게 한다.
어두웠던 자신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향한다는 점에서는 책 <데미안>을, 친구만이 지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서로 꾸며준다는 점에서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닮은 영화 <위키드>. 감독 존 추의 바느질이 극과 극의 장르를 한 극에 담았다.
차라리 '악당'이 되어 세상을 지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