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란과 정년은 서로의 부족한 면을 비춰주며 함께 성장해간다.
tvN
한편 정년과 영서는 둘 다 넓은 시야를 가진 주란을 통해서도 스스로를 확장해간다.
'자신만의 색'을 찾는 정년은 종종 튀는 연기를 한다. 단짝 주란은 이런 정년을 비춰준다. 정년이 군졸 역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고민할 때 주란은 군졸보다 큰 배역인 구슬아기를 맡았으면서도 상대역인 고미걸을 돋보이게 할 궁리를 한다. "그럼 내가 맞춰주지 뭐" 이러면서 말이다(6회). 정년은 주란의 이런 태도가 자신에게도 필요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쉽게 내려놓지 못해 극을 망칠뻔한 정년에게 주란은 상대역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해 준다.
"넌 니 역할도 잡아먹고 상대역도 잡아먹고 그냥 윤정년밖에 없어" (8회)
아픈 말이었지만, 한편으론 꼭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영서는 주란을 통해 완벽주의의 그림자를 거둬낸다. 주란은 완벽하지 않다고 연습마저 꺼려하는 영서에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연습하고 싶다"며 영서와는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네가 완벽히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줄게"라며 존중해준다. 그러자 영서는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합을 맞추는 용기를 낸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색이 담긴 고미걸 캐릭터를 영서와 함께 만들어 간다(6회). 이후 영서는 주란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 너랑 호흡 맞추면서 깨달은 게 있어. 좋은 연기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야. 좋은 상대역을 만나서 함께 완성하는 거야" (8회)
영서는 이렇게 주란을 통해 타인에 대한 수용 또한 넓혀간다.
주란 역시 정년과 영서에게 자신을 비춰본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주란은 정년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구슬아기'라는 큰 배역을 욕심 내 본다. 그리고 상대역인 영서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숨겨두었던 자신의 실력을 드러낸다. 정년과 영서를 통해 가지고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능력들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정년, 영서, 주란은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욕망을 알아차리고, 숨겨두었던 면모들을 드러내며 자아를 확장하고 자기 자신을 수용해 간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은 하지 마."
정년의 가수 데뷔를 도왔던 페트리샤(이미도)는 5회 정년에게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려면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이다. 드라마 속 정년, 영서, 주란이 서로를 비추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수용해 가듯, 우리 주변에도 누군가가 우리를 비추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나를 비추고 있는 대상은 누굴까. 특별히 좋은 감정이 오가는 대상일 수도 있고, 영서와 정년처럼 날 선 감정이 오가는 상대일 수도 있다. 그런 누군가를 발견했다면 그의 어떤 부분에 내 감정이 반응하는지, 그것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관찰하고 수용해 보자. 한 뼘 넓어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선택' 을 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 <정년이>의 인물들과 함께 관계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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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