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
엠엔엠인터내셔널㈜
많은 이들이 전통적인 '영화'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평한다. 21세기 들어 이삼 년만 지나도 휙휙 바뀌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이미 영화는 한물간 과거의 유물로 점점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란 준엄한 표정으로 경고를 던진다. 실시간으로 손에 쥔 휴대전화나 편안한 자세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홈비디오 환경이 갖춰진 요즘이다. 누가 몇 시간씩 불 꺼진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서 타인과의 불편한 접촉을 감수하며 영화를 보려 한단 말인가. 마블 시리즈나 아바타 연대기 같은, 오직 큰 스크린으로 봐야 제맛인 극소수를 제외하면 극장과 그에 맞춰 제작된 영화는 소멸할 것이라는 예언을 서슴지 않는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전성기를 누리는 시류에 그런 경고는 합당한 것으로 들려온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1895년 공식적으로 탄생해 고작 130년 채 안 된 영화가 벌써 사양길로 접어든다는 게 과연 맞는 말인가. 아니 영화라는 대중예술 형식이 과연 완성된 건 맞는가부터 다시 원점에서 고찰해보고 싶어진다. 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영화의 수동적 관람환경은 어쩌면 영화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건은 아닐까, 텔레비전이 등장할 때 영화는 곧 망한다며 좌절했던 영화인들이 적지 않았으나 영화는 거뜬히 살아남은 것처럼 이번 '종말론' 또한 지나가는 일이 아닐지 믿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히 과거 몇 차례의 풍랑(텔레비전, 케이블 채널, OTT와 다양한 숏폼 콘텐츠까지)을 고찰하면 지금의 상황이 그 강도가 역대 최고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보인다. 그런 위기의식의 발로인지 가장 혁신적이고 첨단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영화제에서 유독 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하는 주제를 쉽게 만나게 된다. 개별 작품과 작가의 판단이나 방향은 각각이 다양하지만, 치열한 고민과 모색의 공통 기반은 대동소이한 것이다.
그런 격렬한 소용돌이 속에서 필름 촬영과 전통적인 극장 상영을 고수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vs .적극적으로 OTT와 협업하며 극장 포맷을 넘어서는 새로운 모색을 거듭하는 데이빗 핀처의 논쟁처럼 현역 창작자 사이에도 고민은 나뉘는 게 현실이지만, 영화가 어떻게 변모할진 몰라도 사라지는 일은 없으리란 판단과 기대는 대동소이함을 관측할 수 있다. 빅토르 에리세 역시 그런 시류를 깊이 고민하며 장고를 거듭했을 테다. 거장의 대답이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2시간 30분, 요즘 세대에겐 참을성 유지하기 만만찮은 시간 동안 활짝 개방되어 관객에게 전해지는 셈이다.
톱니바퀴 같은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