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 80-83으로 패한 삼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이날 경기로 삼성은 개막 6연패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가 올시즌도 초반부터 힘겨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지난 10월 3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연장혈투 끝에 80-83으로 석패했다.
이로써 삼성은 개막 이후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6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올시즌 프로농구에서 아직까지 승리가 없는 팀은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의 프로농구단 창단 이후 개막 6연패도 사상 최초로, 그야말로 매 경기 불명예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올시즌만의 문제도 아니다. 삼성은 최근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2016-17시즌 준우승 이후로는 7년 연속 봄농구 진출에도 실패했다. 이 기간 정규리그 승률이 .361(116승 251패)에 불과하며 10개 구단을 통틀어 압도적인 꼴찌다. 마지막 챔피언전 우승은 2005-06시즌으로 벌써 18년이 넘었다.
세대교체 실패실패·선수육성 문제 겹치며 하위권 추락
삼성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리그의 강호이자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이었지만, 2010년대 중 이후 세대교체 실패와 구단의 부실한 투자 및 선수육성 문제가 겹치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올시즌도 전망이 밝지는 않았다. 삼성은 이적 논란을 감수go 국가대표 출신 가드 이대성을 영입했으나, 개막도 하기 전에 십자인대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재계약을 맺은 코피 코번과 노장이 된 이정현이 여전히 무거운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구성이었다. 아시아쿼터로 LG에서 활약했던 저스틴 구탕을 영입했지만, 스쿼드가 얇은 삼성은 여전히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막상 뚜껑을 열자 그나마 삼성은 일방적으로 무너진 경기는 없었다. 개막 이후 삼성은 수원KT(63-72)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6점차 이내의 접전이었고 두 자릿수 점수차 이상으로 완패한 경기는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는 삼성이 한때 큰 점수차로 리드했던 경기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삼성은 잘 싸우다가도 4쿼터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27일 서울 SK전(73-76)에서는 19점차, 31일 현대모비스(80-83)전에서는 무려 21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혈투 끝에 역전패했다.
프로농구에서도 보통 20점차 내외의 리드가 뒤집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삼성은 아무리 큰 점수차로 앞서고 있어도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29일 KCC전(73-77)에서는 상대가 최준용-송교창 등의 부상으로 전력누수가 심했던 상황에서 리바운드 우위(29-41)를 지키지 못하고 석패했다. 아무리 이길수 있는 밥상을 차려줘도 스스로 걷어차는 양상의 반복이다.
가장 큰 차이는 해결사의 부재였다. 삼성은 괴물센터 코번이 평균 22점 12리바운드로 여전히 분전하고 있지만 승부처에서는 상대의 집중견제에 막혀 크게 힘을 쓰지 못한다. 올시즌 강화된 '하드콜'로 인해 코번이 얻어내는 파울콜까지 줄어들자, 김효범 삼성 감독이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다가 KBL로부터 벌금을 물기도 했다.
이정현(11.8점 야투율 39%)과 이원석(11.3점 5.3리바운드)이 분전하고 있지만 공격옵션이 지나치게 한정됐고 다른 선수들의 득점 가담이 저조하다. 삼성의 팀득점은 73.7점(8위), 야투 40.8%(8위), 3점슛도 24%(9위)에 불과하다.
반면 상대팀들은 삼성을 상대로 1옵션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꾸준한 활약을 올렸고, 허훈(KT)-이우석(현대모비스) 김낙현(가스공사) 등 국내 선수들도 중요한 순간에 맹활약했다는 차이가 있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삼성이 상대 에이스 봉쇄에 번번이 실패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대팀들에게는 승부처에서 개인능력으로 돌파구를 만들수 있는 해결사가 있었지만, 삼성에게는 그런 선수가 없었다. 오히려 경기를 잘 풀어나가도 막판에 어이없는 턴오버와 수비 실수로 다잡은 경기를 허무하게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반등 요소 안 보이는 게 더 문제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삼성에 별다른 반등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삼성은 이대성의 부상으로 가드진이 약해지며 원주 DB와 트레이드로 박승재를 영입해야 했다. 이로 인해 삼성은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DB에 내주며 전체 8순위로 밀리게 됐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신인드래프트 상위픽을 모을 수 있었지만, 정작 신인 육성 성적표는 저조하다. 이원석 정도만이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했지만 아직 팀을 이끌어나갈 에이스급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또다른 1순위 출신 차민석도 성장이 더디다. 가뜩이나 허약한 팀전력에 구단의 근시안적인 팀 운영과 잘못된 선수 영입이 겹치며 팀의 미래마저 더욱 어둡게 만드는 악순환의 연속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 시즌까지 총 7번이나 꼴찌를 기록하며 지금은 사라진 고양 오리온(현재는 고양 소노)을 제치고 프로농구 역사상 최다 꼴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3년 연속 꼴찌 기록도 삼성이 유일한데 올시즌도 초반부터 꼴찌로 추락하며 4년 연속으로 신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울 위기다.
악몽의 개막 10월을 보낸 삼성은 11월에도 첫 경기부터 리그 선두 고양 소노(2일 잠실실내체육관)을 만나며 연패 탈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어 7일에는 창원 LG, 9일에는 안양 정관장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삼성이 과연 개막 1라운드부터 전패를 당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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