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부터 방영된 MBC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역을 맡아 연기하는 김수미씨(왼쪽)와 김회장 부인역의 김혜자씨.
MBC 제공
김수미 배우는 데뷔 초 1950~60년대 전성기를 보낸 고 나탈리 우드를 닮은 이국적이고 개성 있는 외모로 주목 받았지만 데뷔 후 10년 간 확실한 대표작을 만나지 못하고 조연을 전전했다. 그러던 1980년 김수미 배우는 MBC에서 방송된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 역을 맡아 무려 22년 동안 장기 출연했다. <전원일기>가 시작될 당시 김수미 배우의 나이는 갓 서른을 넘긴 직후였다.
아들 일용이를 연기한 박은수 배우가 김수미 배우보다 두 기수 선배에 나이도 더 많았으니 당시 김수미 배우가 얼마나 파격적인 캐릭터를 맡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김수미 배우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노인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시장에서 할머니들을 관찰하며 캐릭터 연구에 들어갔다. "일용이 너 이 눔 시키"로 대표되는 일용엄니 특유의 말투는 김수미 배우의 엄청난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김수미 배우가 일용엄니 캐릭터에 곧바로 적응한 것은 아니다. 김수미 배우는 초반 <전원일기> 출연에 회의를 느끼고 제주도로 잠적해 3개월 간 이야기에서 제외됐다. 당시 "(복귀하지 않으면) 일용이네를 없앤다"는 제작 국장의 엄포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김수미 배우는 "너 때문에 박은수, 김혜정 두 배우 집안 생계를 끊을래?"라는 선배 김혜자 배우의 충고에 정신을 차리고 촬영장에 복귀했다고 한다.
김수미 배우는 1986년 <전원일기>와 주말 드라마 <남자의 계절>을 통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김수미 배우는 대상 수상 후 "일용아 느그 엄니 한 풀었다. 대상 먹었다"고 외치며 객석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각 방송국에서 수 많은 드라마가 제작됐고 그만큼 많은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김수미 배우가 연기했던 일용엄니 만큼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는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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