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후배에 한우 쏘고... 술자리 집착하는 남편 향한 경고

[리뷰] JTBC <이혼숙려캠프>

24.10.25 15:58최종업데이트24.10.25 15:58
원고료로 응원
술과 체면에만 집착하는 금쪽이 남편, 그럼에도 남편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아내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24일 방송된 JTBC 부부 솔루션 <이혼숙려캠프>에서는 새로운 5기 부부들의 등장과 첫 번째 '외박 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송순근-이명화 부부는 세종시에 거주하며 결혼생활 27년 차를 맞이한 50대 중년 부부다. 이전부터 이미 수차례 이혼 문턱을 넘나들었다는 부부는, 자녀들조차 이혼을 권할 정도였다. 부부는 출연을 결정한 직후에도 중간에 번복을 하는가 하면, 이혼신고서까지 작성해 놨다. 과연 이 부부의 문제는 무엇일까.

취한 남편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JTBC

가사조사를 위해 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남편은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만취할 정도로 과음했고, 고액의 술값을 본인이 자처해 계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편의 음주 문제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남편은 술에 취하면 자제가 전혀 안 되고 주사를 부리며 폭력적인 언행까지 일삼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가 제공한 영상에서, 가족 여행 중에도 남편은 술에 만취해 만류하는 가족들의 말도 듣지 않았다. 심지어 장모에게도 막말하거나 처제에게 손찌 하려는 모습을 취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드러난 자신의 추태를 차마 보지 못한 남편은 고개를 숙이며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부부들도 보고 있는데 조금 창피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내는 "처가 식구들과 장모님에게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나를 얼마나 업신여겼으면"이라고 분노했다.

남편은 음주로 주 1-2회씩 상습적인 외박을 했다. 아내는 이혼에 대비해 남편의 음주와 외박을 철저하게 기록했다. 남편은 술이 깬 뒤에는 반성하고 편지에 각서도 여러 차례 썼지만 이후로도 음주 습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보다 못한 가족들은 남편의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 강제 입원도 시도했다.

다음날 아내는 술이 깬 남편과 음주와 외박에 대한 대화를 나누려고 했지만, 남편은 본인에게 불편하고 불리한 이야기가 나오자 짜증을 내며 자리를 피해버렸다. 아내는 반복되는 악순환에 결국 눈물을 보였다. 남편은 "(술 마시고 외박한 행동들이) 잘못한 건 인정하지만, 그때 제가 헛되이 돈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저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서장훈은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 술을 본인이 이기지 못할 만큼 마시고 처가 식구들에게 폭언과 위협을 할 정도면 스스로 통제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일했다. 이어 "남편은 진짜 전국적으로 망신을 한번 당하고 정신 차려야 남은 인생이 건강하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외톨이라 주장하는 남편

 방송장면 갈무리
방송장면 갈무리JTBC

이번엔 남편 측의 영상이 공개됐다. 의외로 남편은 음주 문제를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직장인이었다. 학생회장 출신에 직장에서도 31년째 근무하며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여러 차례 상을 받은 경력까지 있었다. 아내도 "남편은 성실하고 순수하다. 술만 안 마시면 따뜻한 사람"이라고 인정했다.

남편은 술을 마시는 이유가 직장인으로서의 '사회생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원래 술을 못하던 남편은 1998년 사회 초년생 시절에 힘든 시기를 겪으며 잠시라도 고단한 현실을 술에 의존해 푸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한다. 남편은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판정까지 받았던 사실도 털어놓았다.

또한 남편은 가장임에도 가족 내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는 '외톨이'가 됐다고 호소했다. 남편은 아내와 두 딸은 소통이 잘되는데, 자신과는 대화가 전혀 안 된다며 소외감을 드러냈다. 남편은 아내의 지나친 잔소리가 더 문제라며 집착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말다툼이라도 벌어지면 딸들도 무조건 엄마 편을 들어서 아빠를 질타하며 3대 1 구도가 된다는 게 남편의 주장이었다.

패널들은 남편 측 영상을 보고도 아내의 입장에 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서장훈은 아내가 남편에게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휴대폰 위치추적까지 하는 모습에 대해 "남편에게 아직 애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서장훈은 "부부가 이 정도 상황이면 잔소리가 아니라 완전 무시하거나 아예 대화도 안 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둔감한 남편이 놓치고 있던 아내의 속마음을 포착했다.

한편으로 남편이 술만큼이나 집착하는 또 다른 것은 '체면'이었다. 남편은 촬영 내내 자신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나 가족들의 반응보다는,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모습이 방송에 나가서 자신의 체면이 깎이는 것을 더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타인의 시선과 인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혹시라도 자신이 무시를 당하는 것 같은 상황에 대한 강박 관념이 심했다. 비싼 술값을 굳이 자신이 계산하려는 것도 그러한 인정욕구의 일환이었다.

아내 측의 재반박 영상이 공개됐다. 문제의 가족여행 사건이 다시 등장했다. 아내가 제공한 영상에서 남편의 모습은 아까보다 더욱 심각했다. 남편은 온 가족의 필사적인 만류와 절규에도 제어가 전혀 되지 않았고, 아내와 자녀들에게 폭언하며 위협했다. 그날 가족여행의 상처는 아내에게 씻을 수 없는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딸들은 그날 이후 아버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작은 딸은 엄마와의 통화에서 "개선의 노력이 없다면 평생 아빠와 대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어 "내가 엄마였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갈라섰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아빠가 약속을 어길 때마다 강경하게 나가지 못하는 엄마의 잘못도 있다. 너무 강박적으로 가족 평화주의 프레임에 빠져있다"고 아내에게도 쓴소리했다.

실제로 아내는 행복한 가정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유년 시절에 일찍 부친을 떠나보낸 아내는 모친과 함께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며 고생해야 했기에, 안정적이고 행복한 가정의 울타리가 무엇보다 소중했다. 반면 남편은 그간의 삶에서 가정보다 일이 90% 이상 중요했다고 털어놓으며 아내와 극명한 가치관의 차이를 드러냈다.

부부의 건강검진

부부는 제작진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함께 받았다. 예상대로 남편은 심각한 수준의 알코올 의존증과 중증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남편은 검사 결과조차 신뢰하지 않았고, 당장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을 마음도 없다고 이야기하며 개선 의지가 없는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운 사실은 아내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심지어 남편보다도 상태가 더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를 위로해 주기는 커녕 우울증 진단조차도 불신하는 반응을 보였다. 내심 남편의 공감과 위로를 원했던 아내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아야 했다.

아내에게 퉁명스러운 말을 연거푸 쏟아내던 남편은, 정작 아내의 질타에는 정색하며 "여기(방송)에 나가는 목적이 뭐냐, 나를 까발리려고 그러는 거냐"라며 여전히 아내의 마음보다 자신이 방송에 비칠 이미지만 더 신경 쓰는 듯한 모습으로 답답함을 자아냈다. 남편은 현재 이혼 이사가 50% 정도라고 답했지만, 아내는 95% 이상이라고 밝히며 극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영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본 남편은 '정말로 일이 중요한가, 아내가 더 중요한가'라는 패널들의 추궁에는 "아내가 중요하다"고 상반된 답변을 내놓았다. 남편의 진심을 반신반의하는 패널들의 반응에, 남편은 재차 "이 자리에 용기 내서 나온 게 솔직히 바뀌고 싶어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방법을 배워서 문제를 고쳐보려고 한다"고 고백하며 울컥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다음날 외박 부부는 상담전문가와 심리상담에 돌입했다. 전문가는 여전히 자신의 음주문제와 이혼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남편을 향하여 연거푸 독설을 날렸다.

전문가는 "매번 술을 마실 때마다 큰돈을 쓴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비싼 술을 마시거나, 이 사람이 호구거나"라고 일침을 놓으며 "이렇게 가다가는 8년 후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완벽하게 혼자 되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돈을 써가며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것은 외로운 사람들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중요한 건 때로는 술을 통해서 가족들에게 그 감정이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었다.

그림을 통한 심리검사 결과, 남편은 예상대로 체면을 중시하고 인정욕구가 대단히 높은 성향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아내와 이혼 생각이 없다는 남편에게 "내가 이혼하기 싫다고 해서 이혼이 안 되는 게 아니다. 남편은 지금 너무 편안해 보인다. 아내는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은 그저 인정받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남편의 눈빛을 보면 왜 이렇게 안일한지 화가 날 정도다. 아내는 당신을 믿지 않는다. 아내와 남편이 생각하는 이혼의 심각성이 전혀 다르다. 방송이니까 좋은 이미지 꾀하려다가 인생이 파탄 난다. 남 좋은 일 하기 위해 체면 차리다가 내 인생이 끝장나는 것"이라고 어느 때보다 강하게 쓴소리를 날렸다.

부부의 심리극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JTBC

이번에는 아내와 상담했다. 그런데 아내는 답답한 남편과 이혼을 생각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남편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전문가는 "헤어지겠다는 사람이 별걱정을 다 한다. 혹시 남편을 사랑하시냐?" 예리하게 질문하자 망설이던 아내는 "아직은 정이 남아 있는 지, 남편이 술이 깨서 다음날 미안하다고 그러면 그 약속에 기대서 다시 한번 희망을 품는 것 같다"고 고백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문가는 아내를 위해서도 냉철한 조언을 남겼다. 아내가 말로는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지만 정작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것을 꼬집으며, "이혼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전문가는 남편을 철이 없는 한편 인정과 권위를 갈망하는 '어린 황제'에 비유하며, "남편이 집안의 천덕꾸러기가 아니라 존중받는 아버지와 남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는 부부가 함께 상담하는 시간에, 다시 한번 남편의 자세를 질타했다. 전문가의 지속적인 설명과 권유에도 불구하고 솔루션에 수동적으로 임하고 눈치도 없는 남편을 향해 "남편의 자세가 너무 불량하다. 가르쳐도 모르고, 가르쳐도 안 한다. 남에게는 술값으로 30만 원을 쓰면서 아내한테는 마음에 30원도 안 쓰고 있다"고 직격했다.

부부는 이번엔 심리극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남편이 아내의 역할을 맡고, 심리극 전문가가 남편의 역할을 맡아서 술에 취한 남편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했다. 거울치료로 마주한 본인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남편은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다.

한편으로 남편은 어릴 적에 엄격하고 강압적인 아버지로 인해 상처를 받고 두려움에 떨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어린 시절의 남편이 바랐던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전문가는 힘들 때마다 술에 의존하는 남편의 심리에 대하여 "자기 감정을 회피하고 도망치는 사람은 술에 의지한다"면서도 "술은 결국 나와 가족을 더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남편은 아버지에게 어린 시절 하고 싶었던 말을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남편은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보였다. 아내도 그런 남편의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봤다. 남편은 "술 문제 때문에 여기 왔는데, 다시 오지 않도록 제대로 개선해보겠다. 믿어달라"고 약속했다. 남편이 처음으로 술 없이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한 순간이었다.

이번엔 부부가 마주앉아 그동안 못 다한 진심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그동안 내 옆에서 지켜준 게 너무 고맙다. 미안하고 앞으로 자기가 필요한 걸 채워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체면을 내려놓고 진심을 전한 남편에게 아내도 화답했다. 아내는 "자기가 열심히 노력하며 최선을 다한 걸 알지만, 그걸 칭찬하고 인정해 주는 게 미워서 싫었다. 앞으로 당신이 이 캠프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누구보다도 응원하고 열심히 기다려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자기가 변화하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다. 바뀌어줘"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부부는 서로 포옹하고 눈시울을 붉히며 앞으로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남겼다.
이혼숙려캠프 5기 부부솔루션 외박부부 알코올의존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