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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정년이'... 초반부터 연기 차력 쇼

[리뷰] tvN <정년이>

24.10.13 17:51최종업데이트24.10.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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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정년이'
tvN '정년이'CJ ENM

tvN의 하반기 야심작인 드라마 <정년이>가 드디어 첫 방송했다. 지난 12일 소개된 1화를 시작으로 총 12부작 구성으로 방영되는 <정년이>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여성 국극 소재 작품이다.

주연을 맡은 김태리를 비롯해서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 신예은 등 쟁쟁한 배우들의 캐스팅과 블록버스터급 물량 공세로 완성된 드라마다. 방영 이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기대감하게 했다. <정년이>의 1회는 예상대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줬다.

​여러 작품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김태리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 대사에 녹여낸 구성진 노랫가락을 연신 쏟아내 '역시 김태리'라는 찬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냈다.

1956년 어느 날 목포

 tvN '정년이'
tvN '정년이'CJ ENM

6.25 전쟁 직후 전남 목포 시장 바닥에서 언니 윤자(오경화 분)와 함께 생선을 팔며 어렵게 생활하던 정년(김태리 분)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자릿세 뜯는 건달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들과의 실랑이 과정에서 타고난 소리로 '남한산성'을 멋지게 들려주는 광경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이가 있었으니 당시 매란국극단의 스타 배우들인 문옥경(정은채 분)과 서혜랑(김윤혜 분)이었다.

소리만큼은 확실하게 재능이 있음을 직감한 옥경은 정년에게 입장권을 건내면서 한번 보러 오라고 권한다. 언니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정년은 그들의 빼어난 무대를 보며 국극 배우가 돼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결심한다. 하지만 여기엔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다름 아닌 어머니 서용례(문소리 분)의 극심한 반대였다. ​

분명 정년은 타고난 소리꾼의 자질을 갖고 있었지만 용례는 무슨 이유에선지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회초리를 들면서까지 이를 기로 막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년의 마음속 한자리에는 국극 배우의 꿈이 더욱 크게 자랐다.

무작정 서울로... 눈물의 상경​

 tvN '정년이'
tvN '정년이'CJ ENM

그 무렵 마약(아편)을 비롯한 사생활 관련 스캔들로 인해 언론의 주요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문옥경에게 매란국극단 단장 강소복(라미란 분)은 잠시 조용해 질 때까지 숨어 지낼 것을 권한다. 이에 한동안 목포에 남게 된 옥경은 틈틈이 정년을 가르치면서 자신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서 국극 연구생이 될 것을 권한다.

​하지만 몰래 국극 수업을 받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용례는 정년을 창고에 가두기에 이른다. 이제 떠날 시간은 코 앞에 다가왔고 이를 보다 못한 정년의 언니 정자는 창고 문을 부쉈다. 결국 늦은 밤 시골길을 쉼 없이 달려 간신히 옥경이 있는 곳까지 동생을 데리고 오는 데 성공했다.

​ "꿈이 있는 것도 복이다. 끝까지 붙잡고 와라" (정자) ​

고향을 떠난 정년은 다음날 국극단 연구생 시험 당일 가까스로 제 시간에 도착하며 "저도 매란국극단 입단 시험 보러 왔는데요"라고 외쳤다. 현장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렇게 정년이의 본격적인 서울 생활 이야기가 시작됐다. ​

1회부터 연기 차력쇼

 tvN '정년이'
tvN '정년이'CJ ENM

​일단 <정년이> 1회는 '연기 차력쇼'(?)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년이 역을 맡은 김태리는 인상적인 연기력을 펼쳤다. 투박하지만 언제나 씩씩한 정년이는 원작 웹툰 작가가 영화 <아가씨> 속 김태리를 참고해서 완성했다.

드라마와 별개로 2021년부터 소리 수업을 받아왔다는 그녀의 존재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볼거리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정년이> 첫 회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배우가 한 명 더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국극단 최고 스타 배우 문옥경 역을 맡은 정은채였다.

​과감한 짧은 머리를 하고 남장 배우 역할을 멋지게 소화하면서 그동안 정은채의 출연작에선 볼 수 없었던 확실한 이미지 변신을 이뤄낸다. 아직 많은 장면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라미란, 김윤혜 등 동료 배우들 역시 이후 방영분에서의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밖에 초반 빠른 극 전개, 전쟁 직후의 생활상을 그려낸 배경 구성 역시 합격점을 부여할만 했다.

방영 이전 논란... 원작 대비 상당히 달라진 내용

 tvN '정년이'
tvN '정년이'CJ ENM

그런데 <정년이>는 본격 방영 이전부터 몇가지 구설수에 오르며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다. 제작 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MBC 대신 tvN으로 방영 채널이 바뀌면서 이로 인한 법적 공방이 빚어졌다. 더 큰 논란은 원작 웹툰의 핵심 캐릭터였던 권부용의 존재가 아예 사라지면서 일부 커뮤니티에선 시청 거부 움직임까지 빚어졌다.

<정년이> 1회만 놓고 보자면 원작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웹툰에선 정년은 동생들이 줄줄이 딸린 홀어머니 가정의 큰 딸로 등장했다. 이미 어머니 용례가 과거 유명 소리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그녀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국극단 스타 배우의 권유로 연구생에 도전하는 드라마 속 내용과 다르게 원작에선 어머니와의 갈등 끝에 가출한 정년이 스스로의 힘으로 국극단을 찾아가는 식의 전개가 펼쳐진다 (단행본 기준 1권 초반부)

핵심 인물의 큰 틀은 남아 있지만 전개 방식의 대거 객색이 웹툰 애독자들의 반응은 아직 불투명하다. 원작을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 입장에선 비교적 익숙한 내용 구성으로 변화가 이뤄져 보다 쉽게 드라마에 몰입할 수도 있다.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정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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