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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기술 가르치던 싱글 대디... 오은영의 처방법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24.10.13 15:21최종업데이트24.10.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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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싱글 대디의 비중은 얼마일까.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는 '한부모가족 수급 가구 수'인데,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한부모가족 수급 가구 18만 9114 가구 중에서 부자(父子) 가구는 3만 7381가구로 19.7%이다. (수급을 받는) 한부모가족 5가구 중 1가구는 아빠와 자녀로 구성된 셈이다. 통계청의 2021년에 따르면, 기준 국내 한부모 가구는 151만 가구다.

11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초4 아들, 초2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싱글 대디가 고민을 안고 찾아왔다. 5년 전 이혼을 하고 홀로 남매를 양육 중인 책임감 강한 아빠였다. 그는 자신이 엄마 몫까지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곧 사춘기에 진입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궁금해했다. 아직은 어려서 거친 방식이 통하지만, 이대로 괜찮을지 의문을 품는 듯했다.

일상 된 훈련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채널A

각종 운동을 섭렵하고 있는 아빠는 새벽 일찍 일어나 운동 후 귀가한 후 밀린 집안일을 척척 해냈다. 차례차례 기상한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턱걸이 등 체력 단련에 나섰다. 이미 일상이 된 듯 자연스러웠다. 잠시 후에는 등산을 가서 트리 클라이밍 훈련도 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을까. 아빠는 비상시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생존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쩌다 한 번이면 괜찮지만, 일상이 된 훈련은 다른 문제이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친절한 강요'일 수 있기에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은영 박사는 인간의 성장 발달은 신체,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등 각 영역이 고르고 발달하는 게 중요한데, 아빠는 신체 발달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존 훈련에만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요리사가 꿈이라 말하는 둘째에게 아빠는 군인이 되라며 요리가 위험한 순간에 너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꿈을 응원하진 못할망정 공포심을 조장했다. 또, 아이들에게 장난감 총을 선물하며 사격 훈련을 지원했다. '나마저 갑자기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아빠 없이 남을 아이들이 걱정되고, 학교 폭력도 우려되어서 격투기를 단련시킨다는 게 아빠의 입장이었다.

"범불안장애(다양한 상황에서 만성적 불안과 더불어 미래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는 상태 - 기자 말)라고 봅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아빠의 불안을 낮추기 위한 권유일 뿐이라며, 진정 아이들을 위한 육아법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또, 생존 훈련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일상의 포커스를 생존 위기 대응에 맞추다 보면 세상은 위험하다고 잘못 인식할 수 있고, 젓가락 던지기 같은 훈련은 앞으로 맺게 될 관계의 대상을 적대시할 가능성이 높인다는 것이다.

결국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한데, 아빠는 생존 외에 아이들의 일상엔 전혀 무관심했다. 아이들이 가장 친한 친구, 담임 선생님 이름, 몇 반인지조차 정확히 몰랐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었다. 게다가 아이들은 아빠가 없을 때 무기력 그 자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서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다.

"아빠가 어떤 상태인가 봤더니 아틀란스 증후군이에요. (...) 금쪽남매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이 집은 아빠가 문제예요." (오은영)

아이들의 다른 모습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채널A

퇴근 후 지친 직장인처럼 아이들은 아빠와 있을 때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오은영은 아빠의 상태에 먼저 접근했다. 아빠는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며 '완벽한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스스로 해내며 배울 기회를 오히려 뺏게 됐다. 가족을 책임지겠다는 일념이 너무 강한 나머지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 해결하려는 강박이 생긴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시키는 것만 잘하게 되는데, 아빠가 본인 방식대로만 가르치고 지시하다 보니 아빠가 없으면 자발적 해결 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실제로 첫째는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혼자 지냈다. 아빠는 무기력한 첫째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오은영은 아빠의 육아 방식이 가장 우려하던 상황을 만들었다며, 근본적으로 아빠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쪽이네 집에서 '엄마'는 금기어로 통했다. 아빠는 제작진과에게 자신이 아내를 그리워하지 않듯, 아이들이 이 삶에 만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약해지지 않게 감정을 단속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혼 사실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듯했다. 오은영은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을 통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아빠의 육아가 '속 빈 강정'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 (출연자 아빠)
"엄마의 일을 아빠가 다 해주고 계셔서 별로 생각이 안 나. 근데 딱 한 번쯤은 엄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금쪽이)

지금처럼 아빠가 감정을 고립하고 억제한다면 화병에 걸릴 수밖에 없을 테고, 아이들은 감정을 배우지 못할 게 뻔했다. 첫째는 아빠가 속상할까 봐 털어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제작진에게 꺼내 놓았다. 이 얘기를 들은 아빠는 미안한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분명 아빠는 육아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지금은 방향 전환이 필요해 보였다.

오은영의 금쪽처방은 '천하무적 마음 단련'이었다. 일상에 많은 변화가 요구됐지만, 우선 퇴근 후 아이들과 수다 타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마음이 강해지기 위해서 필수적인 시간이었다. 심리 상담을 받고 등을 대고 부자가 마주 앉았지만, 첫째는 어색한 정적만 흐를 뿐 좀처럼 속마음을 말하지 못했다. 아빠가 먼저 한 발짝 다가가 봤지만, 첫째는 아빠에게 아직 마음을 열지 못했다.

다음 날, 마음 건강 전문 기관을 방문한 아이들은 각기 모래놀이 치료, 미술 치료를 받았다. 표현하는 법을 몰라 마음을 닫았던 아이들은 조금씩 빗장을 열어나갔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이혼 이야기를 솔직히 꺼내 놓았다. 숨겨왔던 슬픔을 나누며 가족들은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감정을 억제하고 숨기는 건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가 병행됐고, 아빠는 앞으로 아이들의 필요를 고민하기로 다짐했다. 변화에 대한 다짐은 금쪽이네의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왔다. 첫째와 둘째의 얼굴에는 무기력이 아닌 웃음으로 채워졌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떻게 육아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싱글 대디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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