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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명 찾은 부산영화제, 2025년 '경쟁 영화제로' 전환

[현장]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24.10.11 19:44최종업데이트24.10.1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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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전 부산 영화의 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11일 오전 부산 영화의 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 성하훈


올해 부산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모두 14만 5238명으로 14만 2432명보다 3000명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좌석점유율은 84%로 코로나19 이전을 포함하더라도 역대 최고 점유율로 평가될 만큼 기록적이었다. 커뮤니티비프와 동네방네비프까지 포함하면 15만 명이 넘는 관객이 부산영화제에 참여했다.

아시아 신인 감독에게 수여되는 뉴커런츠 상은 <아침바다 갈매기> 박이용 감독과 <침묵의 외침> 테 마우 나잉 감독이 각각 선정됐다. 청년 노동자의 애환을 담은 이란희 감독의 < 3학년 2학기 >는 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 KBS 독립영화상, 송원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남자 부문 등 모두 4관왕을 거머쥐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1일 오전 부산 영화의 전당 소극장에서 결산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의 성과와 30회를 맞이하는 2025년의 방향성을 밝혔다. 영화제 예산 삭감 등의 악조건 속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모습이다.

우선 박도신 집행위원장 대행은 "매년 꾸준히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이른바 BIFF 앰배서더와 영화를 사랑하는 모은 이들을 위해 좋은 영화를 좋은 곳에서 상영하는 영화제의 당연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다시금 깨닫는 한 해가 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303회의 관객과의 대화와 46건의 이벤트 등이 영화인과 관객의 만남을 도왔다. 또 관객 참여형 이벤트인 커뮤니티비프도 아티스트와 관객을 거리감 없이 친밀하게 이어주면서 남포동 같은 경우에는 작년보다 더 열기가 뜨거웠다"며 "동네방네비프 역시 우천 상황이 변수로 작용했으나 취소되는 행사 없이 풍성을 함을 더했다"고 올해의 성과를 설명했다.

특히 이날 주목된 것은 2025년부터 경쟁 영화제로의 전환한다는 발표였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30회를 맞는 내년에 아시아 최고의 영화를 뽑는 경쟁 부문을 신설한다며 내부적인 합의가 됐다. 29회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상당 기간 논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 자세한 내용은 내부의 조언과 논의를 거쳐서 내년 정기총회 시점에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1회부터 아시아 신인 감독들을 대상으로 한 뉴커런츠 부문을 육성한 부산영화제가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간 부산영화제는 비경쟁영화제로서 신인들의 경쟁인 뉴커런츠에 집중해 부문 경쟁 형태였으나, 본격 경쟁 영화제로서 전환을 선언하면서 변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마켓 참여 증가 대비 거래는 한산

 10월 5일~8일까지 개최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10월 5일~8일까지 개최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 성하훈


이사아필름마켓은 52개국 2644명이 참여했고, 총 2만 6435명이 방문해 지난해 대비 37% 늘어난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또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콘퍼런스가 진행됐고, AI 콘퍼런스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제시되는 등 호평을 거뒀다. 세일즈마켓에서는 275개 판매업체에서 563명의 바이어 간의 활발한 콘텐츠 거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일즈 마켓에서 실질적인 거래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마켓 기간 중 만난 국내외 영화인들은 부산에서 구매할 콘텐츠가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평균 1~2편 이상의 아시아 영화를 구매하고 있는 국내 영화사 관계자는 "살만한 영화들이 없었고, 올해는 거래실적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국내 배급사의 한 관계자도 "상담이 드물었다"면서 "공동제작과 콘퍼런스 등에만 몰린 것 같고 거래는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영덕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운영위원장은 "마켓 침체는 전 세계가 비슷하다"며 현재 마켓의 상품이 좋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도 화제작이 없다"면서, "마켓에 막 영화를 사러 가는 분위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넷플릭스나 이런 스트리머가 더 강하고 핫한 콘텐츠를 집 안에서 볼 수 있게 다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배급업자들도 좋은 영화를 사서 자기네 나라 극장에서 개봉해 돈을 벌어야 마켓이 활성화가 되는데, 지금 마켓은 침체돼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켓이 성공하려면 무조건 사람이 많이 와야 하기에 콘퍼런스를 강화해 사람을 끌어모으면 자연스럽게 세일즈나 바이어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내년에도 이런 기조로 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세일즈나 콘퍼런스 외에 국제공동제작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홍콩과 인도네시아 프로듀서들과 서로 협조하기로 하면서 공동제작의 첫발을 뗐다.

올해 개막작은 특수한 일, 부산은 독립영화 중심

 29회 부산영화제에가 열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옆 건물에 걸린 <전,란> 홍보물

29회 부산영화제에가 열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옆 건물에 걸린 <전,란> 홍보물 ⓒ 성하훈


결산 기자회견에서는 올해 행사과정에서 발생한 주요 이슈들에 대해 부산영화제 측이 입장을 밝혔다.

우선 개막작 논란과 관련해 박광수 이사장은 "전 세계 대부분의 영화제가 개막작은 좀 더 쉬운 영화를 한다며 어려운 영화를 선정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에 의견을 전한 적은 있으나 직접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대행 역시 "개막작 작품은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고 이때까지 해왔던 답변이랑 거의 똑같다"면서 "굳이 의미를 둔다면 이런 작품도 개막작으로 선정이 될 수 있고, 저희가 좀 더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다만 박 대행은 "지속적으로 독립영화를 개막작과 폐막작 등으로 선정할 예정이고 기조가 변화한 게 아니라 올해는 특수성 있게 한 것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디까지나 독립영화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박도신 대행은 이스라엘 영화 상영 논란과 관련해서는 "감독님께서 첫 번째 관객과의 대화는 안 했으나 두 번째는 하셨다"며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상영 취소를 해달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감독님 말처럼 영화제 입장도 마찬가지다. 영화에 대한 반대 의견과 시위나 항의를 할 수는 있으나 무조건 영화를 취소하라고 하는 것은 영화제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광수 이사장은 '아시아 영화 발굴을 재검토하겠다'는 언론 인터뷰 발언에 대해 "상영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비평을 통해 작품을 부각시키거나 관객과 만날 수 있게 하는 등 제대로 돕는 노력이 있는지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굴한 영화를 성장시킬 수 있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꾸준히 노동자들의 삶 담아 온 이란희 감독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 부산영화제 제공


29회 부산영화제 주요 수상작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됐다. 뉴커런츠상 외에 지석상은 리마 다스 감독의 < 빌리지 락스타2 >와 린슈의 감독의 <앤과 아이라, 모녀 이야기>가 선정됐고,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하는 비프메세나상에는 박민수 안견형 감독의 <일과 날>, 프랭키 신 감독의 < 홍콩 노점, 2019 >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뉴커런츠상 수상작인 박이용 감독 <아침바다 갈매기>는 KB뉴커런츠 관객상과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하며 3관왕이 됐다. <수연의 선율>은 CGK촬영상과 초록뱀미디어상을 받아 2관왕이 됐다.

< 3학년 2학기 >로 4관왕이 된 이란희 감독은 노동자들의 삶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왔는데, 부산영화제를 통해 그 가치가 인정돼 의미를 더했다.

심사위원들은 < 3학년 2학기 >에 대해 '곳곳에 놓인 위험한 장애물들을 넘어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 한 발짝 더 나아간 작품', '사회를 경험하는 초년생들에게 천천히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안내서', '감독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를 보여 준다'는 심사평으로 영화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부산시네필상을 받은 <노 어더 랜드>는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한 팔레스타인의 작은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로 그들의 박탈된 권리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영화 상영 논란과 대비돼 눈길을 끌었다.

29회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자(작) 명단

▲뉴커런츠 상
<아침바다 갈매기> 박이용 감독
<침묵의 외침> 테 나우 마잉 감독

▲지석상
<빌리지 락스타 2> 리마 다스 감독
<옌과 아이리, 모녀 이야기> 린슈위 감독

▲비프메세나상
<일과 날> 박민수, 안건형 감독
<홍콩노점, 2019> 프랭키 신 감독

▲선재상
<유림> 송지서 감독
<겨울정원> 엘레노어 마무디안, 마츠이 히로시 감독

▲올해의 배우상
(남자) <3학녀 2학기> 유이하 배우
(여자) <허밍> 박서윤 배우

▲KB 뉴커런츠 관객상
<아침마다 갈매기는> 박이용 감독

▲플래시 포워드 관객상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 안토넬라 수다사시 푸르니스

▲국제비평가연맹(FIRPRESCI)상
<생존자의 땅> 루루 헨드라 감독(인도네시아)

▲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
<아침바다 갈매기는> 박이웅 감독

▲부산시네필상
<노 어더 랜드> 바젤 아드라, 함단 발랄, 유발 아브라함, 레이첼 졸 감독

▲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홍이> 황슬기 감독

▲크리틱b상
<인서트> 이종수 감독

▲CGK촬영상
<수연의 선율> 강종수 촬영감독

▲CGV상
<파편> 김성윤 감독(대한민국)

▲KBS 독립영화상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왓챠단편상
<과녁은 어디에> 김동은 감독

▲초록뱀미디어상
<수연의 선율> 최종룡 감독
<파편> 김성윤 감독

▲송원 시민평론가상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다큐멘터리 관객상
<K-Number> 조세영 감독

▲이춘연 영화인상
박관수 프로듀서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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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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