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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 만류에도 '논객' 자처한 신해철, 그립습니다

[리뷰] SBS <과몰입 인생사2> 신해철 편

24.10.11 15:37최종업데이트24.10.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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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과몰입 인생사2'

SBS '과몰입 인생사2' ⓒ SBS


SBS <과몰입 인생사2>가 지난 10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국내외 다양한 인물들의 발자취를 되돌아 보면서 <과몰입 인생사2>는 그들의 선택이 자신의 인생을 넘어 어떻게 역사를 바꿨는지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소개해왔다. 이번 시즌2의 마지막을 장식한 인물은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고 사회를 향해 당당한 목소리를 외쳤던 음악인 고(故) 신해철(1968~2014)이다.

​대학가요제를 통해 혜성 같이 등장했던 록밴드의 꽃미남 스타에서 화려한 솔로 활동, 다시 밴드 결성과 해체, DJ, 시사 토론 패널 등 신해철은 그 시절 누구도 따라가기 어려웠던 길을 나홀로 달렸던 인물로 손꼽혔다. 갑작스런 의료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작품에 대한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던 그의 이야기를 절친 선배 로커 김종서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대학가요제의 깜짝 스타

 SBS '과몰입 인생사2'

SBS '과몰입 인생사2' ⓒ SBS


아직도 '그대에게'는 각종 스포츠 응원곡을 비롯해서 BGM으로 널리 애청되는 신해철의 데뷔곡이다. 그룹 무한궤도로 출전했던 1988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안겨준 이 노래는 당시 이불 뒤집어 쓰고 10분만에 뚝딱 완성된 곡이었고 이후 신해철의 앞길에는 탄탄대로가 깔리는 듯 했다.

​여러 기획사의 솔로 계약 제안을 거절하고 1989년 무한궤도 1집을 발표했지만 그 뒤로 팀원들은 각자의 길을 떠나면서 1990년 결국 뒤늦은 솔로 데뷔에 돌입한다. 그 무렵 신승훈, 김민우 등 젊은 20대 가수들의 발라드가 큰 사랑을 받던 한국 가요게 흐름에 동참하는 듯 했던 신해철은 컴퓨터를 기반에 둔 미디 사운드를 채택한 랩, 댄스 장르까지 수용하는 등 자신만의 색깔을 확연하게 드러냈다.

그런데 "내 음악이 너무 인기만 뒤쫓는 게 아닌가?"라는 고민을 거듭했던 그는 1992년 N.EX.T를 결성, 다시 한번 록밴드의 길로 접어 들었다. 테크노 사운드를 비롯해서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록, 오페라 등 더욱 폭넓은 장르의 교집합을 완성시키면서 신해철은 1990년대 대중음악계의 새로운 흐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동료들도 만류했던 TV 토론 출연...진심을 담아낸 그의 목소리

 SBS '과몰입 인생사2'

SBS '과몰입 인생사2' ⓒ SBS


2000년대 이후 신해철은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곤 했다. 다름 아닌 TV 시사토론 논객으로 출연해 당시 사회적으로 민감했던 사항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던 것.

이를 두고 김종서뿐만 아니라 모든 동료들이 이를 만류했다고 한다. ​목소리를 높이면 백이면 백, 잃을 것이 뻔했음에도 그는 방송에 출연해 보수 논객들과의 거침없는 토론으로 행동하는 음악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때 오해로 등을 돌렸던 김종서와 신해철은 서태지의 주선으로 화해를 했고 기세를 모아 신곡 녹음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배가 아프다며 잠시 병원에 다녀오겠다던 그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고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냥 뚫고 갑시다!"​

 SBS '과몰입 인생사2'

SBS '과몰입 인생사2' ⓒ SBS


그가 세상에 내던졌던 화두는 각종 법령의 개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의료사고 또한 의료진의 동의 없이도 법적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신해철법' 제정으로 연결됐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활동에 제약을 받기도 했지만 신해철은 이에 아랑곳없이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송 출연과 창작 활동에 쏟아 부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이것이야 말로 신해철스러운 태도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주저할 수 있는 일에 거리낌없이 내 의견을 개진하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던 당당한 자세는 우리가 여전히 신해철의 음악, 목소리를 가슴 깊이 간직하는 이유다.

"그냥 뚫고 갑시다!"

수많은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던진 이 한마디는 가장 진실된 조언이자 격려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방송 말미 김종서가 애절한 목소리로 들려준 노래 '날아라 병아리'는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다.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 줘"라는 문구는 이미 떠난 이를 향한 우리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신해철 과몰입인생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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