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 : 천우희
부산국제영화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 천우희' 행사가 6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렸다. 액터스 하우스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기획하여 2022년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동시대 대표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와 작품에 관하여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천우희 배우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걸어왔던 다양한 작품들을 회고하며 팬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또 어떤 욕심을 갖고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는지에 대해 진솔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오늘 프로그램의 진행은 씨네21의 김소미 기자가 맡았다. 뜨거운 관심과 환호 속에 진행된 '액터스 하우스 : 천우희' 행사의 내용을 요약하여 전달한다.
다음은 일문일답니다.
- 2004년 영화 <신부 수업> 데뷔 이후로 20년이 흘렀는데요. 그 소회를 먼저 청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천우희 : "저도 제가 연기 생활을 20년이나 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연기를 처음 접했을 때 오히려 간절함과 같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면 할수록 이 일의 의미가 두터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연기를 빼놓고 저를 생각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꿋꿋하게 20년 동안 잘 버텨준 것 같아서 그런 저 자신한테도 조금은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 그 긴 세월 동안 첫 분기점 같은 게 있었는지, 또 있었다면 어디였을지가 궁금한데요. 나를 스스로 배우라는 마땅한 직업인으로서 인정하게 만든 순간 또는 작품이 있다면 언제였을까요?
천우희 : "직업인으로 받아들이게 된 건 영화 <써니>였던 것 같아요. 그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어떤 서사와 감정을 부여받은 인물을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자기 효능감 같은 걸 이 작품에서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무언가를 깊이 생각할 수 있고, 제게도 어떤 쓰임이 드디어 필요하게 됐다고 생각하게 만든 게 바로 '상미'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그때가 첫 분기점이었다면 그동안 달려오는 과정에서 지금쯤 한번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리할 시간을 가져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시기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천우희 : "숨 고르기에 대한 건 매번 생각하고 있고요.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 모두가 그런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숨 고르기라는 게 어떤 제가 작업을 행위하고 있고의 차이가 아니라 결국은 저의 마음 상태구나 하는. 제가 작품을 하지 않고 있는 비수기에도, 만약 쉬고 있는 상태에서도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게 과연 숨 고르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돌이켜보면 일을 하고 있는 중에도 자신을 다잡을 수 있고 다질 수 있고 그런 여유가 있는 게 숨 고르기고, 충분히 자신을 전망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작품이나 인생 자체는 어떤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언제부터인가 그런 불확실한 시간을 조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 올해가 또 영화 <한공주>의 개봉 10주년인데요. <한공주>만 있었던 게 아니라 <타짜 신의 손>, <카트> 등 여러 작품이 있었단 말이죠. 지금 돌이켜보면 배우 천우희가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나는 굉장히 바쁘고 새로운 시기, 스스로를 이제 막 추동해 갈 때라고 느껴지는데 2014년의 배우 천우희, 지금 돌아보시기에 어떤 상태였다고 생각이 드세요?
천우희 : "항상 지나고 나서야 어떤 의미가 생기는 것 같은데요. 2014년에 그렇게 많은 작품이 개봉을 한지도 몰랐어요 사실. 왜냐하면 그 4개의 작품이 촬영 시기가 다 다르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배우가 아니다 보니까 어떤 것이든 주어졌을 때 그냥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꾸준히 물을 주다 보니까 싹이 움트던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영화 <한공주>에는 천우희라는 배우가 얼마나 비언어적인 몸짓과 표현으로 우리를 압도하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공주>라는 작품이 배우님께 연기적으로 남긴 배움, 경험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천우희 : "당시의 저는 오롯이 모든 걸 받아들이길 원했던 것 같아요. 그때의 순간, 감정, 상황들을 그냥 온전히 다 느끼고 제가 감내해 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보시는 분들은 제가 마음을 다칠까 봐 걱정을 많이 하시기도 하셨지만 막상 저는 이 작품을 연기하는 내내 고통스러운 마음이나 육체적으로 힘든 걸 느끼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었어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한 컷도, 한 테이크도, 그리고 하루도 정말 의미 없이 임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연대, 소통, 사랑이 저한테는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