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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춘연 덕분에 제작자로 살아, 한국영화 황금기 만든 맏형"

[현장] 부산영화제 이춘연 영화인상, 박관수 프로듀서 수상

24.10.04 16:50최종업데이트24.10.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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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저녁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이춘연 영화인상 시상식에서 인사말 전하는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이사장

3일 저녁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이춘연 영화인상 시상식에서 인사말 전하는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이사장 ⓒ 부산영화제 제공


"제작자이자 맏형으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앞장서서 해결했다. 지금같이 한국영화가 어려울 때 이춘연 대표가 많이 아쉽다."

3일 저녁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이춘연 영화인상 시상식에서 추모사업회를 대표해 단상에 오른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이사장은 지난 2020년 타계한 고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을 추모했다.

한국영화의 버팀목이었던 이춘연

영화사 씨네 2000 대표로 수많은 한국영화를 제작했고, <여고괴담> 시리즈를 성공시켰던 이춘연 대표는 1990년대 진보적 영화인들의 큰 형으로서 한국영화의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1994년 올해 30주년이 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1980년~1990년대 영화운동의 결집했던 영화인회의를 만들었던 한국영화의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3일 저녁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이춘연상 시상식. 수상자 박관수 프로듀서와 심사위원 및 후원사 넥스트월드 대표

3일 저녁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이춘연상 시상식. 수상자 박관수 프로듀서와 심사위원 및 후원사 넥스트월드 대표 ⓒ 부산영화제 제공


2021년 부산영화제에서 추모 행사가 처음 열렸고, 2022년부터는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영화인들이 뜻을 모아 이춘연 영화인상을 신설했다. 젊은 제작자를 격려하기 위해 만든 상은 프로듀서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감독이나 배우가 중심인 영화상과 차이가 있다.

2022년 다양한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하며 배우로도 활약했던 백재호 감독이 첫 수상자였고, 2023년에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는 고교 실습생 문제를 다룬 <다음 소희>를 제작한 김지연 프로듀서가 수상하며 상의 가치를 높였다.

올해 수상의 영예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부대표인 박관수 프로듀서가 선정됐다. <원더랜드>(2024), <세기말의 사랑>(2024), <69세>(2020), <꼭두 이야기>(2019), <페르소나>(2019), <마리안느와 마가렛>(2017), <사과>(2008) 등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심사를 주관한 정한석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경과보고를 통해 후보 선정 기준을 일부 변경해 프로듀서에서 제작자를 추가했고, 추천단체도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에 여성영화인모임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은 정한석 프로그래머를 포함해 부산영화제 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권영락 대표, 명필름 심재명 대표, 강제규 감독, 유지태 배우 등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을 대표한 유지태 배우는 선정 이유에 대해 "상업 영화, 독립영화, 단편까지 아우를 수 있는 뛰어난 프로듀서 능력을 갖춘 인물로 한국영화에 기여한 분"이라고 박관수 프로듀서를 소개했다.

"신진 영화인에게 과감한 기회 줘"

 이춘연 영화인상 수상자 박관수 프로듀서

이춘연 영화인상 수상자 박관수 프로듀서 ⓒ 부산영화제 제공


박관수 프로듀서는 "부산영화제와 축하해 주신 영화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9월 초에 선정 소식을 들었으나 공식적인 발표가 나올 때까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춘연 대표와의 인연에 대해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강남 씨네하우스 건물에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연출부로 일하면서 이춘연 대표를 처음 만났다"며 "이춘연 대표는 신인 감독이나 배우 등 신진 영화인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주셨고, 그렇게 만든 영화로 한국영화 황금기에 크게 기여하며 한국영화산업의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박 프로듀서는 "2001년 이춘연 대표님께 프로듀서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받아주셔서 프로듀서가 될 수 있었다"며 "프로듀서로 제작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에 이춘연 대표님을 빼고 생각할 수가 없다"며 여러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어 "상을 받은 이 순간 하늘에 계신 이춘연 대표님이 열심히 했고, 내가 사람보는 눈이 있지라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면서 "이춘연 대표님 이름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이날 시상식은 이춘연 대표를 기리는 행사이니만큼 한국영화의 대표적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 독립영화가 어려움에 처한 시기이기에 고인이 빈자리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광수 부산영화제 이사장을 비롯해 한상준 영진위원장, 양윤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 정지영 감독,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대표,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대표, 이동방은진 감독, 구혜선 감독, 예지원 배우 등이 함께해 고인을 기리면서 수상자에게 축하를 전했다.

 3일 저녁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이춘연상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인들

3일 저녁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이춘연상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인들 ⓒ 부산영화제 제공



부산영화제 이춘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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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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