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9로 승리를 거둔 두산 이승엽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두산이 올해 거둔 성적은 지난해와 거의 흡사하다. 순위는 한계단 높아졌지만, 만일 NC와의 최종전을 승리한다면, 74승 68패 2무로 지난해 승-패-무까지 모두 동일한 판박이 성적이 된다.
그럼에도 두산의 올해 가을야구 진출이 지난해보다도 더 값진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상 국내 선수들의 분전만으로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다.
두산은 올해 프로야구에서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에이스였던 알칸타라가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면서 12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을 남기고 7월 방출됐다. 2선발 브랜든 와델은 14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로 호투했으나 어깨 부상으로 6월 23일 삼성전을 끝으로 시즌 아웃됐다.
브랜든의 단기 대체자로 영입한 일본 독립리그 출신 시라카와 케이쇼 역시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평균자책점 6.03으로 부진한데다 설상가상 팔꿈치 통증이 발생해 계약 기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알칸타라의 대체자인 조던 발라조빅도 11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4.34에 그쳤다.
올해 두산의 외국인 투수들이 합작한 승수는 총 13승.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성장한 두산 토종에이스 곽빈(15승)이 홀로 거둔 개인승수에도 못미친다. 외국인 농사 실패에 따른 선발야구 붕괴는 자연스럽게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무리 김택연을 비롯해 이병헌, 최지강, 홍건희, 이영하 등 불펜 요원들이 소화한 이닝만 593이닝으로 리그 전체 1위다. 자연히 이를 두고 혹사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위기에 강했다. 곽빈과 발라조빅을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선발 카드도 부족한 상황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7일과 14일 KT전, 23일 SSG전 가을야구 경쟁 상대와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9월의 위기를 넘겼다.
박철순 이후 42년만의 베어스 출신 다승왕을 노리는 곽빈은 커리어 최다승을 달성하며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2005년생 10대 마무리 김택연은 60경기에서 3승 2패 19세이브 자책점 2.08의 호투로 두산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김재환은 28홈런 90타점. 타율 .280로 커리어 로우를 찍었던 지난 시즌의 악몽을 어느 정도 벗어났다. 조수행과 정수빈은 KBO 역사상 최초의 단일팀 동반 50도루 기록을 수립하며 두산의 발야구를 이끌었다.
가을야구에서 더 나아진 성과 보여줘야
이승엽 감독은 이제 가을야구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사령탑으로서 첫 가을야구였던 2023시즌에는 NC에 9-14로 대패하며 한 경기만에 포스트시즌을 마김해야 했다. 올해 두산은 5위 후보 KT에는 12승 4패로 강했으나 SSG에는 7승 9패로 근소하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초보 감독으로서 부임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두산 팬들은 이승엽 감독의 경기운영 방식이나 투수혹사 문제를 거론하며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올해도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시작하게 됐지만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홈어드밴티지까지 있는만큼 가을야구에서 더 나아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그의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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