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분위기가 물씬하게 느껴졌던 대한극장의 로비 모습.
박장식
2010년대는 대한극장의 마지막 전성기였다. 독립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한극장에 대한 인기도 높아졌다. 영화 전문 잡지인 <맥스무비>와 협업해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티켓을 상시 판매한 전략도 성공적이었다.
2017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도 대한극장의 마지막 전성기에 한몫했다. <옥자>가 넷플릭스 공개작이라는 이유로 CGV,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에서 상영을 거부하자 대한극장을 비롯한 독립극장들이 <옥자>를 상영했다. 상영 당시 <옥자>를 보려고 많은 관람객이 대한극장을 찾았다.
대한극장은 봄과 가을 저녁, 건물 옥상에서 <라라랜드>나 <비긴 어게인> 등 도시의 밤과 어울리는 영화를 상영하는 야외 상영 행사도 열었다. '루프탑 상영회'를 비롯해 관람객을 끌어오기 위해 여러 이벤트를 열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대형 쇼핑몰과 멀티플렉스가 연계되자 시사회 풍속도도 바뀌었다. 국내 영화를 포함해 해외 배우들이 찾는 시사회가 대형 쇼핑몰과 연계된 멀티플렉스에서 자주 열리기 시작했다. 대한극장은 시사회 개최에서의 경쟁력을 점점 잃어갔다.
그렇지만 남녀노소가 모두 찾는 극장으로서의 대한극장이 가진 정체성은 여전했다. 2010년대 후반 저녁 대한극장에서는 블라인드 시사회가 종종 열렸다. 주변 대학교의 '과 잠바'를 입고 찾은 대학생과 바로 앞 회사에서 퇴근한 직장인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노년층 관람객을 위해서는 상영시간표를 매주 인쇄해 붙여놨고, 영화에 대한 설명이 담긴 프린트를 매표소에 비치해 두기도 했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극장가를 덮치면서 대한극장은 다른 극장들보다 더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특히 도심에 있었던 대한극장은 재택근무·재택수업과 맞물려 직격탄을 맞았다. 8개의 상영관 중 위층에 있는 상영관은 아예 영사기가 돌아가지도 않았을 정도였다.
그래서 2022년에는 가장 큰 규모의 상영관이었던 300석 규모의 상영관을 E스포츠를 위한 경기장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월요일에 휴관하는 등 자구책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폐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굿바이 대한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