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시아 프랑케사 감독
여성인권영화제 FIWOM
<나의 가해자 추적기>는 사건이 발생한 2019년으로부터 5년이 지난 2024년 2월에야 노트북 도둑 중 한 명이 잡혔으며, 그 외의 사실은 전혀 밝혀진 바가 없음을 알려 주며 끝을 맺는다. 노트북 도둑과 협박범이 동일인인지, 서로 관련된 인물인지 등 중요한 정보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파트리시아의 능동적인 행동으로 당장의 협박은 멈추었지만, 피해자 파트리시아의 불안과 두려움은 현재진행형이다. 개막작 상영 이후 이어진 파트리시아 프랑케사 감독과의 대담 '피움톡톡'에서 감독은 자신의 행동은 최선의 조치가 아닌 유일한 조치였으며, 앞으로 다른 여성들이 본인과 같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의 고통에 무심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나의 가해자 추적기>의 가장 큰 의의는 바로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일 것이다. 딥페이크 성범죄로 인해 분노한 한국의 여성 관객과 개인정보 탈취를 통한 '섹스토션' 협박으로 고통받는 스페인의 관객은 유사한 경험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파트리시아 프랑케사 감독 역시, 피움톡톡에서 '자신이 성범죄를 당했는지도 몰랐던 피해자들이 <나의 가해자 추적기>를 본 이후 핫라인에 연락해 도움을 구하게 된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라고 밝힌다.
<나의 가해자 추적기>는 화면 구성이나 편집 리듬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그것만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화의 공개를 통해 파트리시아 개인의 피해담은 또다른 여성들을 한데 묶어 그들이 주체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을 부여하는 구심점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가해자 추적기>는 파괴적이다. 피해자들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미는 동시에, '이런 영화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며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는 선언이기도 한 것이다.
제목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