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의 어린 시절과 현재
와난
에피소드 '공민주와 김마리'의 주인공은 민주도, 마리도 아니다. 그들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수현'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모범생 민주와 막무가내지만 강단 있는 마리와 달리, 수현은 어둡기만 하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고, 동생은 사고만 친다. 그런 가족들 사이에서 어머니는 수현을 유일한 등불로 삼아 지나치게 의존한다.
참다못해 수현은 집밖으로 나오지만, 이번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문제다. 친구들은 "담배 냄새난다", "맨날 남자가 바뀐다더라", "성격이 이상하다"며 비꼬고 이웃 주민들은 "아빠 같은 남자 만날 것 같다", "엄마 팔자를 닮은 듯하다"며 저주 섞인 비아냥을 뱉는다. 수현을 괴롭게 하는 건 타인의 냉혹함만이 아니다. 화목하게 노는 다른 가족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그런 수현의 꿈은 현모양처. 예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지만, 그 꿈은 다시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 난도질당한다. 그래도 수현은 내 아이에게 나 같은 경험을 겪지 않게 할 것이라고 되뇐다. 해당 컷들은 회상 장면처럼 연출돼 독자들은 수현의 정체를 두고 분분한 의견을 나눴다. 갑자기 '공민주와 김마리' 에피소드에서 '수현'이란 인물을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알고 보니 수현은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자랐다'는 소리를 꽤나 듣는 민주의 어머니였다. 수현은 어린 시절의 다짐처럼 컸다. 성공한 사업가가 됐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자기 부모처럼 폭력적인 언어가 아닌 사랑 표현을 말하는 어머니가 됐다. 그럼에도 수현에게 쓰러졌던 과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과하게 의존했던 어머니처럼 되지 않기 위해 수현은 아예 입을 닫았다. 딸 민주에게 어떠한 힘듦도, 개인적인 이야기도 꺼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수현은 남편과 이혼을 결심했지만, 민주에게는 꼭꼭 숨긴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민주가 분노하며 무기력한 아버지를 보살피겠다고 결심하자, 수현의 입에서 진심이 튀어나온다. 네가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랐다고.
수현은 가정폭력 피해자다. 하지만 폭력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더 나은 어른이자 어머니가 돼 살아갔다. 힘들었던 과거가 잠시 발목을 잡았지만, 그는 외면하는 대신 그 시절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끈끈한 가족 관계를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수현은 어렸을 때처럼 길에서 단란한 한 가족을 만난다. 그래도 더는 울지 않는다.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앞을 향했다.
피해자는 누군가를 돕는 어른으로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