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랩>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는 범죄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종일 긴장감을 유발하니 말이다. 그런데 감독은 해선 안 되는 짓(?)을 저지른다. 비록 추리 미스터리가 아니기에 '후더닛(Who done it)'의 기본 개념을 가져올 것까진 없지만 초장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줄 뿐더러 다분히 범인의 입장에서, 시선에서 극을 진행한다니 말이다. 자연스레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 말도 안 되는 자신감 또는 자만감의 표출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보다 오락성을 띠기 시작한다. '007'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까지 연상된다. 물론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작은 스케일이지만 말이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다를 뿐이다. 차라리 그런 식으로 보면 영화를 조금 다르게 대할 수 있다. 악한에게 감정 이입하는 걸 멈추고 게임처럼 바라보면 재밌을 것이다.
그래서 쿠퍼 또는 도살자는 잡힐까, 탈출할까. 그런가 하면 라일리가 하는 걸 보니 가족은 그가 도살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가족은 어떻게 될까. 영화의 흥행 여부는 모르지만, 후속편은 스핀오프 식으로 나와 그의 철두철미하고 괴이한 이중생활을 다루면 재밌을 것 같다. 역사상 화목한(화목해 보이는) 가정생활을 영위하며 악마 같은 연쇄 살인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 말이다.
제목에 다시 집중해 본다. '트랩', 즉 '덫'이다. 간단명료하지만 그 자체로 반전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FBI가 놓은 덫이 외면상으로 비추지만, 도살자가 놓은 덫이 이어질지 또는 다른 누군가가 놓은 덫이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누가 이어서 덫을 놓든 또는 아무도 덫을 놓지 않든 반전의 여지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또한 영화 밖의 관객을 반전에 빠트릴 덫을 항상 준비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자. 이 영화, 들여다볼수록 재밌고 매력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