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가 끝이야> 포스터
소니픽처스
<우리가 끝이야>는 꽃집을 운영하는 '릴리(블레이크 라이블리 분)'가 수술의 '라일(저스틴 발도니 분)'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짧은 첫 만남 이후 다시는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두 사람은 라일이 릴리 동업자의 동생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재회하게 되고, 둘은 이후 연애를 거쳐 결혼까지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릴리는 자신을 때리고, 계단에서 밀치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는 라일을 보며 그에게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본작은 이 긴 시간대에 걸친 이야기를 굉장히 단조로운 페이스로 전개한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며칠~몇 달 사이에 달하는 간극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고 무작정 이어 붙여 덜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끝이야>가 한 편의 '영화'보다는 일종의 '장면 모음집'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개에 거듭 등장하는 회상 장면 역시 영화의 흐름을 끊는다. 영화는 라일의 가정폭력이 시작되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 릴리의 첫사랑 '아틀라스'를 등장시키는데, 영화의 중후반부에 가서야 등장하는 아틀라스를 소개하기 위해 영화의 초반부터 릴리와 아틀라스 사이의 연애담을 다룬 회상 장면을 집어넣어 영화의 편집을 더욱 난잡하게 만든다.
이러한 장치가 영화의 메시지를 더 강화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작중 릴리는 라일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낳은 후 그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거듭 사과하며 나아지겠다고 호소하는 라일을 쳐내는 장면은 쾌감을 자아낼 만하지만, 이 이별 장면 이전에 나왔던 라일의 어릴 적 트라우마를 설명하는 장면은 의아함을 낳는다.
결국 수많은 회상 장면과 설명은 릴리의 서사를 보강하는 것이 아닌, 라일에게 서사를 부여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릴리의 첫사랑의 등장은 라일이 폭력을 행사하는 데 '이유가 있었다'고 항변하는 듯 보이며, 뜬금없는 유아기 트라우마 설명은 라일의 가정폭력을 일종의 '불쌍한 유년시절의 결과'처럼 보이게 만든다. 교제폭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주체적인 행동이며, 그 어떤 과거의 비극으로도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우리가 끝이야>는 원작 소설을 다듬고 각색했음에도 본래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며, 영화적인 완성도 자체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 '유명세'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앞으로도 콜린 후버의 책은 거듭 영화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베리티>(verity), 그리고 <너를 후회해>(regretting you)등의 작품이 사전 제작 단계에 있다.
'감동적인 로맨스'의 탈을 쓴 '교제폭력 미화물'이 탄생하는 퇴행을, 관객들은 얼마나 더 오래 목도해야 할까. <우리가 끝이야>는 그 자체로 로맨스 장르와 관련 마케팅의 한계를 드러내는 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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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