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에 올라온 사이버 가수 아담의 근황
근황올림픽
아담의 실제 보컬을 맡았던 가수는 제로(본명 박성철)다. 몇 해 전, JTBC 예능 프로그램인 <슈가맨>에도 나왔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일본에서 지내고 있다.
영상을 보니 너무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그는 음악 활동을 하고 있었다. 얼굴 없는 가수 아담이 아닌 제로라는 이름의 뮤지션으로서 음악을 놓지 않고 있었다. 비록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긴 하지만, 그가 아직 노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 반갑다.
가수 데뷔 때부터 얼굴은 물론 자신의 이름조차 알릴 수 없었던 그였다. 인기를 끌었던 자신의 타이틀 곡명 '세상엔 없는 사랑'과 비슷하게 그는 아담의 뒤편에서 '세상엔 없는 사람'으로 노래해야 했다. 완벽하지 않은 그래픽과 제한적인 활동 범위 안에서도 최선을 다해 주었던 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술이 발전했다. AI가 커버곡을 부르고, 인기 걸그룹 에스파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나이비스(naevis)' 등 버추얼 아이돌이 인기를 끄는 세상이 됐다. 아담은 사실상 이들의 시조 격인 셈이다. 아담 프로젝트는 너무 시대를 앞서간 것 같기도 하다.
그 시절에 아담이 잠시나마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원빈을 닮은 비주얼도, 한국 최초의 사이버 가수라는 타이틀도 아닐 것이다. 애절함이 잔뜩 묻은 진짜 사람의 목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진짜 사람이기에 전해지고 느낄 수 있는 감성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믿는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이 소유한 내밀한 감정까지 모두 담아낼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아주 똑같이 목소리를 흉내는 낼 수 있게 되더라도 사람 목소리에만 실릴 수 있는 감성은 재현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당분간 아담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계속 들을 예정이다. 귀를 울릴 뿐 아니라 가슴도 울려주는 그의 목소리에 흠뻑 취할 생각이다. 근황을 알려준 아담, 아니 제로의 건승을 기원하며,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얼굴을 보면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