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영과 병훈의 여름날
왓어원더필름
영화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가을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에서 시작한다. 열일곱 다영은 방학 숙제를 꺼내지만 시작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와 다영은 평범하게 대화하는 듯 보이지만 마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처럼 모녀 사이에는 어색함이 흐른다. 다영은 등굣길 버스 안에서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방학 숙제를 적어 내려간다. 이후 관객은 그것이 다영에게 여름방학의 잊지 못할 어떤 추억이라는 걸 알게 된다.
담임 선생님 말처럼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다영은 왜 여름방학의 일들을 고백하며 숙제를 내려고 한 걸까. 다영의 숙제를 본 담임 선생님은 다영이 학생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다. 다영이 제출한 숙제에는 같은 반 남자친구를 사귄 이야기, 저수지에 간 이야기, 펜션에서 파티한 이야기 등이 담긴다. 이후 다영의 써 내려간 고백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것도 밝혀진다.
과연 담임 선생님은 다영이 겪은 여름방학에 벌어진 일의 진실을 알게 될까. 다영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모두 쓴 것일까. 병훈과 다영이의 모범생 이미지는 사랑 때문에 망가진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비행 청소년으로 그려지지 않고, 오히려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이다. 하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면, 이른바 할 것 다 하는 아이들이다. 영화는 그렇게 청소년 문제를 건드린다. 임신과 낙태, 원조 교제 등이 다영의 여름 방학 숙제에 모두 담긴다. 순수하게 사랑한 소년과 소녀는 울다가 소리 지르고, 서로에게 화를 내는 등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세계가 열려있다는 점에서 또 영화가 바로 이 지점을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는 확장되고 동시에 발전된다. 담임 선생님은 다영이 만나는 상대를 알지만, 그녀에게서 벌어진 끔찍한 일을 눈치챘을지는 모르겠다. 다영과 병훈에게 큰 파도가 넘실거리다가 슬픔이 찾아올 무렵 여름날은 종말에 이른다. 이들의 거짓말은 파도에 묻혀 넘실거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