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제희(허진)을 돌보는 엄마 선희(오인애)
아토ATO
영화 <딸에 대하여>는 오랜만에 만나는 사려깊은 작품이다. 이미랑 감독은 두 가지의 이야기의 줄기를 토대로 영화를 완성하였다. 우선 요양보호사 정은이 치매를 앓고 있는 제희를 병원에서 돌보는 일이다. 장학재단까지 설립하면서 어려운 외국학생들을 후원했던 제희는 이제 병들어 제희 아니면 누구도 돌보지 않는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에 대한 지원까지 끊기면서 병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써야하는 처지에 처한다. 정은은 그렇게 처참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제희의 모습이 안스럽다. 어떻게 해서든지 제희의 상황을 이전과 같게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병실까지 비워줘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제희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은에게는 유일한 딸이 있다. 영화를 정은과 치매 노인 제희, 그리고 정은과 그녀의 딸 그린의 두 가지 이야기를 병렬시킨다. 그리고 젋었을 때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았던 제희가 나이가 들고 혼자가 되면서 사람들에게서 등져지는 모습을 보며 평범하게 살아가지 않는 딸이 그렇게 될까 걱정한다. 하지만 정은이 걱정하는 것은 딸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본인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애인 레인과 없어서는 못 살 정도의 관계를 이어가지만 정은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사회가 허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정은의 표정을 통해서 보수적인 사회가 소수자에 대해서 그렇게 인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조용하게 보여준다. 딸 그린이 그 보수적 시선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따져 묻고 변화 시키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정작 가족인 엄마 또한 그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은은 딸에 대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쩌면 제희처럼 평생 혼자 살아갈지도 못한다는 것(이것은 배우자와 자식이 없다는 것) 뿐 아니라 곧 자신을 떠날 딸에 대한 모습에 대한 비애일지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배우자와 자식을 떠나보내고 제희처럼 홀로 쓸쓸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가 본인이 될 것이라는 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