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시카고 공연의 한 장면
김수나
드디어 아이유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미주에서 열린 아이유 콘서트 대부분은 아레나 홀에서 열렸다. 아레나(Arena)란 스탠드를 설치해서 중앙을 볼 수 있게 해 놓은 경기장이나 공연장이다. 주로 2만 석 규모의 실내 원형 경기장을 아레나 급이라고 말하는데, 아이유의 콘서트는 대부분 이 아레나 홀에서 열렸다.
시카고 올스테이트 아레나 홀에는 2만 2000명이 모였다. 앞뒤로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찬 관객석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이유를 기다렸는지 느껴졌다. 아이유가 등장하고 그녀의 노래가 홀 안을 가득 채웠다.
세 시간 동안 아이유는 서서, 또는 앉아서 노래를 했다. 옷을 몇 벌 씩 갈아입고 춤도 추며 라이브를 했는데도, 어찌나 잘하던지. 그녀가 오랫동안 그리고 이토록 사랑받는 건 결국 노래 실력 때문이지 않을까. 공연장을 둘러보니 관객의 반 이상이 한국 사람들이었다. 미국에 10년 동안 살면서 한 공간에 이토록 많은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본 적은 처음이었다.
이곳저곳에서 환호하는 목소리는 내가 태어나 자란 국가의 언어였다. 아이유 멘트에 영어도 있었지만 대체로 한국말이었다. 귓가에 파고드는 모든 소리가 한국말이라는 사실은 평소에 영어 때문에 긴장했던 마음을 자연스레 풀어줬다. 콘서트가 끝나갈 무렵 아이유가 이런 노래를 불렀다.
"언젠가 이 눈물이 멈추길, 언젠가 이 어둠이 걷히고, 따스한 햇살이 이 눈물을 말려주길."
아이유의 노래 <섬데이>의 한 부분이다. 이 가사가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사뿐한 나비가 되어 각자의 마음에 날아와 앉았을 것이다. 10년 동안 타국에서 아등바등 살아온 나를, 그리고 많은 이민자를 위로해 주는 가사는 아름다운 선율에 실려 모두에게 애틋하게 닿지 않았을까.
"오늘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여러분에게 다 드렸다"는 그녀의 말을 마지막으로 콘서트가 끝났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하루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삼삼오오 모여 콘서트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에게서 피곤한 기색이 아닌 달콤한 생기가 느껴졌다. 나 역시 한식을 먹고 고국 가수의 콘서트를 다녀오며, 평생 비주류로 살아야 하는 이곳에서 오늘 하루는 주류가 되는 기분을 만끽했다.
어느새 월드투어를 마친 아이유는 오는 9월 한국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를 마주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흘렀다. 해외에 사는 교민에게 그녀의 공연이 그리운 한국을 만나는 통로였다는 걸 알까. 다양한 이유로 해외에서 지내며 한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가수의 공연하고 추천하고 싶다. 타지에서 사는 삶이 녹록지 않을 때 귓가에 직접 울리는 한국 가수의 노래는 잠시나마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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