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셔크와 헤르메스 프랑카의 경기는 라이트급 역사상 손에 꼽힐만큼 명승부였지만 이후 터진 약물파동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약물파동'으로 한번에 훅 가버린 '근육 상어'
가장 원초적인 압박형 그래플러를 꼽으라면 전 UFC 2대 라이트급 챔피언 '머슬 샤크' 션 셔크(51‧미국)가 빠질 수 없다. 챔피언에 등극한 2006년 당시 셔크는 격투가로서 절정의 기량을 보이기에는 불리한 요소들이 많았다. 168cm의 작은 키는 갈수록 장신화 돼가던 MMA무대에서 큰 단점이었고, 30대 중반으로 치닫고 있던 나이 또한 젊은 선수들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에 부담이 컸다.
하지만 셔크는 평범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신장은 작지만 엄청난 양의 근육으로 이를 커버했고 위압적인 몸에 걸맞게 동급 최고 수준의 파워와 맷집 그리고 체력까지 겸비한, 상대 선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난적 중 한명이었다.
완전히 그립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지막지한 파워로 상대를 번쩍 들어 메다꽂아버리는 플레이는 괴력과 기술의 집합체로 불렸다. 그와 붙는 상대는 누가 되었든지 간에 접근전을 극도로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2007년 7월 UFC 73대회서 헤르메스 프랑카(50‧브라질)를 상대로 완승하며 1차 방어전에 성공할 때까지만 해도 '과연 그를 이길 선수가 체급 내에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당시 프랑카는 예전부터 자랑하고 있던 빼어난 주짓수 실력에 타격 능력까지 일취월장하며 체급 전선의 복병으로 떠 오르고 있었다.
비록 객관적인 전력상 셔크의 우세가 예상되었지만 타격은 물론 그라운드에서도 만만치 않을 프랑카의 반란을 예상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경량급에서 가장 사나운 상어는 더 흉포해져 있었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총알 같은 태클로 프랑카를 바닥에 눕혔고 차원이 다른 파워까지 과시하며 경기 내내 그라운드에서 압박을 거듭한 끝에 완승을 거뒀다.
물론 프랑카에게 전혀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프랑카는 주짓수의 고수답게 간간이 셔크의 '압박지옥'으로부터 탈출하기도 했으며 태클을 시도하는 셔크의 안면에 가속도까지 붙여 정확한 카운터 니킥을 명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안면에 니킥을 얻어맞고도 꿈쩍도 하지 않고 집어던지듯 태클을 반복하는 맷집과 힘, 그리고 프랑카가 필살의 기술로 시도했던 초크 공격마저 뿌리쳐버리는 셔크의 근성은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경기 내내 지독할 정도로 반복되었고 결국 프랑카의 예리한 작살은 상어사냥에 실패하고 만다. 사실 셔크는 다소 늦은 나이에 이름이 알려진 케이스다. 자신에게 맞는 체급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던 탓에 상위 체급인 웰터급에서 한동안 활약해야 했는데 이미 그곳에는 맷 휴즈와 조르주 생 피에르 등 또 다른 괴물들이 버티고 있었다. 단순한 기량 문제를 떠나 사이즈 자체에서 차이가 컸고 그 결과 자신의 커리어에서 몇 안 되는 뼈아픈 패배를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뿐 셔크는 UW, RSF, 판크라스, UFC 등 다양한 무대에서 뛰며 나머지 경기들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는데 그 중에는 카로 페리시안, 닉 디아즈, 케니 플로리안 등 쟁쟁한 강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커리어 내내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했다. 압박형 그래플러 역사를 논할 때 그의 이름이 빠질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상어는 전성기의 물결에서 오래 헤엄치지 못했다. '약물 파동'이 원인이었다. 2007년 7월 19일 캘리포니아주 체육위원회는 "션 셔크와 헤르메스 프랑카가 타이틀전을 앞두고 각각 난드롤론(Nandrolone)과 드로스테놀론(Drostanolone)을 복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복용한 약물은 근육 증강 및 식욕 증진, 골격 강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모두 '금지약물'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셔크는 다시금 암흑 속으로 들어가고 만다. 일단 약물사용에 대해서 프랑카는 시인한 반면, 셔크는 끈질기게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신체적으로 밝혀진 문제인 탓에 고의성 여부는 어느 정도 참작이 되더라도 완전하게 무죄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셔크는 '6개월 출장정지(기존 1년 출장정지)'에 타이틀 박탈이라는 아픔까지 겪어야만 했다. 2008년 5월 징계 기간이 끝난 후 '돌아온 천재' BJ 펜을 상대로 복귀전을 했지만 플라잉 니킥과 펀치 연타를 허용한 끝에 경기 속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데미지를 입고 TKO로 패한다.
사실상 셔크의 전성기는 여기까지였다. 이후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며 선수 생활을 좀 더 이어 나갔으나 챔피언 시절 보여준 압도적인 맷집과 괴력은 찾아볼 수 없었고 결국 2013년 9월 고관절 부상으로 은퇴 선언을 한다. 대기만성의 모범이 된 파이터였지만 하지 말아야 할 약물로 인해 결국에는 명예까지 잃어버린 비운의 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농구카툰 'JB 농구툰, '농구상회'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