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이하 한국시각) 폐막식을 끝으로 2024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한국은 1984 LA 올림픽(210명) 이후 40년 만에 가장 적은 선수단(144명)을 출전 시켰지만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13개)을 세웠다.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총 32개의 메달을 수확하면서 1988 서울 올림픽(33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베이징 올림픽과 공동 2위).
그렇다고 마냥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양궁과 사격, 펜싱처럼 기대에 부응하거나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종목도 있었지만 다소 아쉬운 결과로 스포츠 팬들을 실망 시킨 종목도 있었다. 또한 배드민턴 여 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은 금메달을 따낸 후 경기 외적인 문제로 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고 선수촌의 열악한 환경과 조직 위원회의 어설픈 운영도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의식주' 해결해 주지 못한 파리 올림픽 조직 위원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개막했던 2020 도쿄 올림픽은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등 '세계인의 축제'라는 이미지보다는 대회가 열리는 것에 이의를 둘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임원, 취재진까지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면서 대회를 치렀다. 아무리 환경이 여의치 않다 해도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쿄에서의 불편함 때문에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출전국들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파리의 조직 위원회는 전 세계 손님들을 맞을 준비가 미비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했던 선수촌에는 '친환경'을 명분으로 숙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게다가 식당에서는 '저탄소'를 이유로 채소 위주의 식단을 내놓으면서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필요했던 선수들의 불만을 샀다.
이에 한국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 때처럼 진천 선수촌의 요리사 15명을 현지로 파견해 국산 식자재로 도시락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NBA 스타들로 구성된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 역시 선수촌에 입소하지 않고 파리 시내의 호텔 전체를 임대해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파리 올림픽 조직 위원회는 운동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먹는 문제'와 '자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한 셈이다.
또한 개회식에서는 한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한국을 북한으로 호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심지어 프랑스 육군 의장대는 오륜기를 거꾸로 계양하기도 했다(프랑스는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을 합쳐 올림픽만 6번째 개최하는 나라다). 또한 아르헨티나 수영 선수가 입장할 때 중국 국기가 나오기도 했고 남수단 경기에서 수단 국가가 나오는 등 어설픈 운영이 계속 지적됐다.
수영 황선우-육상 우상혁의 아쉬운 성적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포함해 32개의 메달을 따면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양궁이나 태권도 같은 전통적인 강세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했고 여자 복싱의 임애지나 여자 근대 5종의 성승민(이상 동메달)처럼 사상 첫 메달로 새 역사를 쓴 종목도 있었다. 하지만 당초 메달 유력 종목으로 스포츠 팬들에게 많은 기대를 모았음에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은 종목도 있었다.
수영의 황선우는 '뉴 마린보이'라는 별명처럼 2012 런던 올림픽의 박태환 이후 한국 수영에 메달을 안겨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12년 만에 수영 종목 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황선우가 아닌 자유형 400m의 김우민(동메달)이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땄던 황선우는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1분45초92로 9위를 기록하며 결선 레이스 진출 티켓을 따지 못했다.
도쿄 올림픽의 돌풍 이후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이며 세계적인 강자로 성장한 선수 중에는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도 있었다. 우상혁은 대한민국 최초로 육상 트랙/필드 종목의 올림픽 메달을 가져 올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11일에 열린 결선에서 2m31cm를 넘지 못하면서 전체 7위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금메달을 딴 해미쉬 커(호주)가 세운 2m36cm는 우상혁이 가진 한국 기록과 같았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유일한 단체 구기 종목으로 주목을 받았던 여자 핸드볼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강호 독일을 꺾으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파리의 우생순'을 꿈꿨던 여자 핸드볼의 돌풍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이어진 조별 예선 경기에서 슬로베니아와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에게 차례로 패하면서 1승4패의 성적으로 A조 최하위에 그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금메달 따고 협회랑 갈등 중인 '셔틀콕 여왕'
운동선수들, 특히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목표로 훈련하는 선수들은 훈련 과정에서 지도자나 소속팀, 협회 등과 갈등을 빚거나 불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선수 개인의 의견과 불만은 힘 있는 어른과 단체 앞에서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의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한 안세영은 참지 않았다. 안세영은 시상식이 끝난 후 국내외 취재진이 모인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표팀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불만과 실망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털어 놓았다. 안세영은 자신의 목소리가 가장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시기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안세영의 폭로는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 네티즌들에게도 크게 화제가 됐다. 특히 안세영이 결승에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꺾고 금메달을 따면서 중국 네티즌들에게 유난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세영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안세영의 폭로로 시작된 대한배드민턴협회와의 갈등은 정부 부처까지 개입하면서 장기전에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훗날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금메달의 기쁨을 누리면서 미래 계획을 세워야 할 '셔틀콕 여왕'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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