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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욱 유튜브라니... 범죄자 연예인에게 마이크 주지 말라

[주장] 성범죄자 채널 개설에도 제재 없고 언론 인터뷰까지... 연예계에도 제재 필요

24.08.09 17:23최종업데이트24.08.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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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범죄자 고영욱이 5일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성범죄자 고영욱이 5일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유튜브 캡처
 
유튜브 세상에서는 누구나 매체를 가질 수 있다고 했던가. 그럼 묻고 싶다. 범죄자도 채널을 개설해 대중을 상대로 소통하고 돈을 벌어도 괜찮은지 말이다. 질문은 성큼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5일, 고영욱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는 세 명의 미성년자를 총 네 차례 걸쳐 성폭행 및 강제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살고 온 '성범죄자'다.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년형 등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5년 7월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고영욱은 한때 혼성그룹 '룰라'의 가수로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은 이른바 '전자발찌 1호 연예인'이다. 다시는 볼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이름을 발견한 건 뜻밖에도 '유튜브'였다.

그의 복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11월 SNS를 개설했지만 하루 만에 계정 삭제 처리된 바 있다. 유죄 판결을 받는 성범죄자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제에 따른 조치였다.

반면 유튜브는 이렇다 할 제재가 없다. 고영욱은 < Go!영욱 >이라는 채널을 만들어 댓글 창은 폐쇄한 채로 4분 남짓한 영상을 올렸고 조회수는 26만 회(9일 기준)를 기록했다. 그는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 집에서 넋두리하며 형편없이 늙고 있는 것 같아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두서 없이 유튜브를 시작해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1월 1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고영욱. 2013.12.26
지난 2013년 1월 1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고영욱. 2013.12.26연합뉴스
 
죗값 치르면 그만?

너무나도 익숙한 그림이다. 비단 고영욱뿐만이 아니다.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은 회한과 자기연민을 강조하며 다시 대중 앞에 나타난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회개까지 대중 앞에서 하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고 기만이다.

결국 도박, 탈세를 넘어 '성범죄자'까지 복귀를 시도하는 형국이다. 도박, 탈세 이후 복귀에 성공한 몇몇 얼굴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잘못을 유머와 조롱의 대상으로 비웃을 수 있도록 하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는 방식으로 대중에 스며들었다. 특히 남성 연예인의 경우 이들의 범죄는 쉽게 희화화되며 유머가 된다. 이들을 불러주는 방송사가 있고, 안타깝다며 방송 출연을 이끌어준 동료도 많기 때문이다.

성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도 복귀를 노린다. 최근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를 비롯해 가수 정준영, 최종훈이 복귀를 시도했다. 승리는 캄보디아로 건너가 사업을 시작했고 정준영은 음악 활동 복귀 가능성을 내비쳤으며, 최종훈은 일본 유료 커뮤니티 플랫폼을 오픈하고 팬과 소통하겠다고 나섰다. 마약, 성범죄, 조세 회피 등이 관련돼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된 이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뻔뻔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성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은 아동 시설에 취업이 불가한 것처럼 연예계에도 응당한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최소한 방송사, SNS와 같이 공적 창구에서 대중에게 노출되지는 않아야 한다. 유튜브처럼 플랫폼의 법적 규제가 없다면 '차가운 시선'이라는 대중의 사적 제재를 가할 시점이다.

'범죄를 저지르면 대중 앞에 설 수 없다', '2차 가해를 일으킬 만한 행동은 용인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들의 복귀를 대중이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가해자에 마이크 주지 말아야

언론사들도 범죄자의 목소리를 싣는 데 신중해야 한다. 앞서 한 연예 매체는 지난 6일 고영욱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약 없는 자숙에 들어갔다는 그의 일상, 향후 계획과 심경을 물었고 '단독'을 붙여 기사를 냈다. 이 기사를 받아쓴 중앙 일간지도 있다. 수십 개의 언론사가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의 유튜브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보도했다. 이 때문인지 그의 영상의 조회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범죄자의 넋두리를 유튜브로, 기사로 접하고 싶지 않다. 가해자에게 마이크를 주지 말자. 그가 커스텀마이크를 들고 와도 단단한 방음벽을 세워 소리를 차단하자. 변명의 여지도 허용되지 않는 공론장을 만들어 '다음 복귀 소식'을 막고 싶다.
유튜브제재 고영욱 성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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