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갈무리
HBO
어머니로 남거나, 여왕으로 거듭나거나
자기 아들들을 지키기 위해 왕좌를 노렸지만, 전쟁만은 피하려던 알리센트와 라에니라다. 내전이 시작된 후에도 두 여성은 비슷한 곤경에 처한다. 전례가 없는 여성 정치인의 통치에 자꾸 분란이 생겨서다. 알리센트는 왕대비로 정국을 주도하려다 오히려 두 아들에게 권력을 빼앗긴다. 라에니라도 휘하 영주들을 통제하지 못한다. 전쟁에 나선 적도, 칼을 휘둘러 본 적도 없는 여왕의 지시에 그들이 끊임없이 반기를 들기 때문이다.
이들이 난관을 뚫는 방식은 대조적이다. 알리센트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어머니다. 그래서 왕의 어머니라는 점을 내세워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한다. 권력을 빼앗기고, 녹색파 내부의 갈등이 커져도 알리센트는 모성애와 가족애에 호소한다. 일례로 장남이자 왕인 '아에곤 2세'(톰 글린카니)와 차남이자 섭정인 아에몬드가 서로를 죽이려 할 때, 그녀는 정치적 거래를 이끌어 내지 않는다. 그저 어머니로서 두 아들의 싸움을 말리려 한다.
반면에 라에니라는 점차 여왕으로 거듭난다. 자기 권위와 권력이 타르가르옌 가문의 장녀라는 점에서 비롯함을 돌파구로 삼는다. 특히 타르가르옌 가문이 드래곤 혈통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가문의 서자들, '드래곤의 씨'를 적극 활용한다. 장남 '자캐리스'(해리 콜렛)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드래곤을 길들인 이들을 선별해 전력을 강화한다. 또 자신이 타르가르옌 가문의 정당한 후계자임을 공표하는 도구로도 이용한다.
이 차이점은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든다. 작품 외적으로는 여성들이 현실의 역경에 맞서는 여러 방법과 겹쳐 보인다. 라에니라는 조금 더 현대적이고, 알리센트는 비교적 전통적인 여성이니까. 작품 내적으로는 그들의 선택을 옳고 그르다고 평가할 수 없어서 더욱 흥미롭다. 원작에서 두 여성은 자기 가치관과 반대되는 결말을 맞이해야 한다. 라에니라는 승전하고도 여왕이 되지 못하고, 알리센트는 모든 자식을 잃을 운명이니까.
확실한 교통정리
두 여성이 정해진 비극으로 나아갈 것이 정해졌듯,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도 전면전을 앞두고 방향성이 명확해진다. 일례로 녹색파의 이합집산이 본격화된다. 특히 아에곤 2세와 아에몬드의 갈등이 두드러진다. 섭정 자리에 만족하지 못한 아에몬드는 형을 죽여서라도 왕좌를 차지하려는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그로 인해 위기에 처한 아에곤은 수도인 킹스랜딩을 떠날 준비를 하며 다음 시즌에서 녹색파가 처할 위기를 암시한다.
독보적인 사고뭉치인 다에몬의 서사도 마침내 정리가 된다. 그는 왕좌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한 인물이었다. 형이자 왕인 '비세리스 1세'의(패디 콘시딘) 명령을 거부하고 정복전쟁을 벌일 정도였다. 시즌 2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여왕이자 아내인 라에니라의 장악력이 흔들리자 왕이 되겠다는 야욕을 곧바로 드러낸다. 드라마는 욕망덩어리인 그가 어떻게 욕심을 버리고, 라에니라를 여왕으로 인정했는지를 인상적으로 펼쳐 보인다.
특히 이 부분은 본편과의 연결고리라서 더욱 눈에 띈다. 다에몬은 여러 환상과 암시를 본다. 본인은 물론 '용들의 춤'에 관여된 모두가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서사시의 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 라에니라가 왕좌에 올라야 이 서사시가 비로소 이어질 수 있음을 확신한다. 이는 <왕좌의 게임>이 '티리온'(피터 딘클리지)의 입을 빌려 이야기의 힘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식으로 마무리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야기의 지평이 넓어지는 지점 또한 인상적이다. 시즌 1이 궁중 암투였다면, 시즌 2는 그 암투가 평민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같이 탐구한다. 그 중심에는 드래곤의 씨 세 명, '휴 해머'(키에론 존 뷰), '울프 화이트'(톰 베넷), '아담 벨라리온'(클린턴 리버티)이 있다. 그들은 전쟁 준비와 식량난 때문에 고통받느니 죽을 각오로 드래곤을 길들이는 데 도전한다. 이는 단순한 권력 투쟁처럼 보이던 '용들의 춤'에 현실감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