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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 된 폭염, 근본적 대책 필요한 KBO

[주장] 현장과 팬들 목소리 수렴,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해법 찾아야

24.08.06 11:09최종업데이트24.08.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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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접어든 한국프로야구 KBO리그가 전례없는 '폭염 리스크'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8월 2일 울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전을 시작으로, 4일 울산 LG-롯데전, 잠실 키움 히어로즈-두산 베어스전 등이 각각 폭염으로 경기가 취소했다.

 

올해 이전까지만 해도 단 한번도 없었던 폭염 취소가 최근 1주일 사이에 벌써 3경기나 나왔다. 당분간 무더운 날씨가 계속될 것이 유력한만큼 앞으로도 폭염 취소경기가 얼마나 속출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5년부터 폭염 관련 규정 27조를 제정하여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경기를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한바 있다. 최근 뜨거운 복사열과 높은 습도로 인하여 기온이 섭씨 40-50도까지 오르내리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울산 문수구장처럼 인조잔디 환경은 폭염에 더 취약하다.

 

이런 날씨 속에서는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서더라도 사실상 제 기량을 펼치기가 어렵다. 자칫 부상이나 탈진, 컨디션 난조의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실제로 지난주 폭염속으로 경기일정을 소화한 롯데와 LG 선수들 다수가 탈진과 열사병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 역시 폭염으로 인한 여파를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3일 열린 잠실 키움-두산전에서는 무려 4명의 관중이 온열질환을 호소하면서 구급차로 인근 병원까지 긴급 이송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날 대전에서 KIA 타이거즈-한화 이글스 전에서는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며 생긴 과부하를 감당하지 못하여 노후화된 전기 설비들이 정전을 일으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혹서기에 각종 돌발상황이 속출하는데도, 리그 일정을 이대로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에 우려를 제기한다. 현재 폭염이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정도로 사실상 사회적 재난이 된 만큼, 폭염 취소 경기를 확대하거나 아예 리그 일정을 잠시 중단시키는 것까지도 고려해야 할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과 두산의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됐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과 두산의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됐다. 연합뉴스

 

KBO-현장 의견 갈려... 특단의 조치 필요해

 

하지만 빡빡한 리그 일정을 고려할 때 무작정 경기를 취소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KBO와 현장의 입장이 갈리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하여 앞으로도 여름철 폭염이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당장 이번 여름을 넘기는 것도 문제지만, 올해만의 특별한 사례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가장 먼저 거론되는 대책으로는 '경기 시작시간 조정'이 있다. 현재 프로야구 경기는 평일 오후 6시 30분, 주말 오후 5시-6시에 시작한다. 기후 변화에 따라서 경기 시간도 탄력있게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야 할 필요도 있다.이 문제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염경엽 LG 감독은 최근 "혹서기에는 오후 7시 이후로 경기 시작 시간을 늦춰야 한다"고 KBO에 제안한 바 있다.

 

물론 시작 시간이 늦어지면 자연히 경기가 끝나는 시간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관중 입장과 귀가시간 문제, 방송 중계시간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프로야구 경기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선수들과 팬들이고, 어떻게 해야만 이들의 안전과 편의에 더 도움이 될지부터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폭염 취소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더 분명히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KBO가 2015년 폭염 규정을 제정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현장에 있는 감독관의 판단에 따라 경기 개시와 취소 기준이 모호한 실정이다.

 

지난 3일 울산에서 열린 LG-롯데전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선수들과 팬들의 안전을 우려하여 경기 취소를 요청했지만, 심판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폭염 취소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는지 그대로 경기를 강행시켰다. 결국 경기 후 선수와 팬들 사이에서 온열 환자가 발생하자 다음날 4일 경기는 다시 취소됐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과도한 '144경기 체제'가 초래한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KBO리그는 2024시즌을 앞두고 시즌 후에 열리는 국제대회인 프리미어12를 대비하여 올해 개막을 3월로 앞당긴 데 이어, 올스타 휴식기도 1주일에서 사흘로 대폭 줄였다.

 

이렇게 타이트하게 일정을 잡아놓지 않으면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기가 빠듯하고 포스트시즌 일정까지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KBO는 일정을 맞추느라 이런 폭염 속에서도 웬만하면 최대한 경기를 강행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올스타 휴식기와 별개로 혹서기에는 아예 리그 휴식기를 가지고 시즌을 잠시 중단시키는 방법도 있다. 종목과 상황은 다르지만 독일이나 러시아, 덴마크 등 기후 변화에 민감한 지리적인 환경에 있는 해외의 스포츠 리그에서도 종종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전에 현행 144경기 체제와 포스트시즌 일정까지 아우르는 한국프로야구 과도한 경기수부터 개편하지 않는다면, 돌발적인 상황에 맞춰 리그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가 어렵다.

 

한국야구는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현대 야구단 해체와 8개구단 체제 붕괴 위기, 2010년대 10구단 체제의 개막과 코로나 펜데믹 사태 등, 사회적 여파에 따라 여러 번의 고비를 겪었고, 그때마다 규정과 체계도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를 거듭해왔다.

 

이번 기후 재난 상황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먼저 현장과 팬들의 목소리를 수렴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KBO가 무더위 속에서 선수와 팬들이 안전하게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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