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볼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초록물고기>(1997),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이재수의 난>(1999)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 2000년 <킬리만자로>로 데뷔한 오승욱 감독은 경력에 비해 작품 편수가 많지 않다. 연출작으로는 <리볼버>가 세 번째인데, <무뢰한>(2015)으로 인연을 맺은 전도연과 두 번째로 의기투합했다.
비정하고 눅진한 피카레스크, 누아르, 하드 보일 장르를 꾸준히 만든 오승욱 감독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믿음이 깨어지는 순간 다양한 인간 군상이 발현되는 힘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킬리만자로>는 지방 건달인 쌍둥이 동생의 죽음 이후, 동생인 척 고향으로 향한 정직 당한 형사(형)가 서서히 그들과 동화되는 쓸쓸한 새드무비다. 당시에는 처참한 흥행 실패로 쓴맛을 보았지만, 24년이 지난 지금은 시대를 잘못한 한국형 누아르라는 평을 듣는 영화가 되었다. 박신양의 색다른 1인 2역과 안성기의 농익은 처절함을 만나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무뢰한>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말 그대로 밑바닥, 처절한 삶을 사는 한 여성이 남성으로 인해 고통받지만 자신을 이용하려는 또 다른 남성을 만나 진심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전도연과 김남길의 연기 대결뿐만 아닌 장르적 특성까지 살려 팬층이 두꺼운 영화다.
전도연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리볼버>는 <무뢰한> 당시와 최대한 같은 스태프를 꾸려 시너지를 냈다. 하수영은 <무뢰한>의 김혜경보다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이지만 무표정과 차분한 말투, 억누르는 감정을 보인다. 돈, 집, 사람을 잃으며 투명 인간에 가까웠던 하수영이 여러 사람을 만나며 자신을 채워가는 분투기이기도 하다. 오승욱표 영화의 뿌리인 믿음과 배신을 중심에 두는 건 <무뢰한>, <리볼버> 모두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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