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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행 직접 발표한 이승우, 강등리스크·유럽 재도전 변수

계약만료 5개월 앞두고 경쟁팀으로 이적... 국내 잔류 마음 굳혔나

24.07.22 09:23최종업데이트24.07.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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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FC 이승우가 5월 12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2라운드 전북 현대와 원정 경기에서 후반부 득점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FC 이승우가 5월 12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2라운드 전북 현대와 원정 경기에서 후반부 득점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연합뉴스

 
'수원의 왕' 이승우가 시즌 중 수원FC를 떠나 전북 현대로 전격 이적한다. K리그에서 물오른 활약을 바탕으로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럽 재도전 가능성도 거론되던 이승우의 최종 선택지는 놀랍게도 국내 경쟁팀이었다. 잘나가던 수원FC는 하루아침에 에이스를 잃었고, 전북은 강등권 탈출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수원FC는 지난 7월 2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4 2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4-1로 완승했다. 이날 교체출전한 이승우는 후반 45분 멋진 연계플레이를 통한 쐐기골을 넣으며 국내 선수 중 가장 먼저 리그 두 자릿수 골(10골) 고지에 도달했다. FC서울 일류첸코(12골), 인천 무고사(11골)에 이은 전체 3위다.
 
하지만 이날 경기보다 이슈가 된 것은 이승우의 깜짝 이적 발표였다. 경기 직후 이승우는 수원FC 서포터즈석으로 다가가 팬들에게 직접 전북 이적 사실을 전하면서 갑자기 팀을 떠나게 된 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확성기를 잡은 이승우는 "시즌 중에 이적을 하게 됐다. 팬분들이 기사로 접하기 전에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응원해주신 데 감사드리고, 제가 없어도 끝까지 수원FC가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FC 팬들은 이승우의 응원가를 불러주며 화답했고 이승우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단체사진을 찍으며 작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승우는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다가 2022시즌을 앞두고 수원FC와 3년 계약을 맺으며 K리그로 처음 진출했다. 올시즌까지 이승우는 K리그에서 3년 연속 두 자릿수 골을 달성하며 수원FC의 에이스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이승우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K리그 1, 2부 구단은 물론이고 해외 구단들도 영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FC 최순호 단장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이승우에 대해 '이적 불가' 방침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최 단장은 "이승우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절대적인 상황에서 팀의 최고 스타를 시즌 중 국내 다른 경쟁 구단에 보내는 것은 수원FC의 팬들을 봐서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 인바 있다. 팬들도 이승우가 올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설사 팀과 재계약하지 않더라도 유럽무대에 다시 도전하는 시나리오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수원FC와의 계약만료가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결국 이적을 선택했다. 그것도 K리그 내 경쟁팀이자 현재는 강등권에 위치해 있는 전북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외의 결정이었다. 전북은 이승우를 영입하면서 2028년까지 4년 6개월의 장기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의 마음이 수원FC에서 떠난 듯한 분위기는 이미 어느 정도 감지된 바 있다. 이승우는 올시즌 개인성적에서는 물오른 활약을 보이면서도 출전시간과 역할에 공개적인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골을 넣고도 특유의 댄스 세리머니를 선보이지 않으며 "춤 출 기분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예상된 이적이었지만... 엇갈리는 평가

물론 프로에서 선수가 더 좋은 조건에 따라 이적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그 시점과 방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전북은 K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이지만 올시즌 현재 리그 10위(승점 23)에 그치며 강등 위기에 몰려있다. 11위 대구FC와는 승점이 같고 최하위 대전(승점 20)과는 불과 3점 차이다. 이승우는 지난 시즌도 수원FC에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김두현 감독 부임 이후에도 내우외환에 휘말리며 고전하고 있는 전북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승우의 영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만일 결과가 좋지 못하면 이승우는 장기계약을 맺자마자 전북과 함께 다음 시즌 2부리그로 내려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전북이나 이승우나, 굳이 시즌 중에 '리그내 경쟁팀 간 이적'을 추진해야 했는지를 두고 일각에선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울산도 올시즌 강원FC에서 임대선수로 활약했던 외국인 공격수 야고를 빼내오면서 강원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전북과 울산처럼 리그의 대표적인 소수 '빅클럽'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경쟁팀 에이스나 외국인 선수들을 빼오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그 5위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던 수원FC는 하루아침에 팀내 최고의 공격수이자 인기스타를 잃게 됐다. 이승우는 올시즌 수원FC가 기록한 팀득점 34골의 약 1/3 가까이를 혼자 책임졌다. 공격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수원FC로서는 이승우의 공백으로 남은 시즌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이승우의 유럽무대 재도전 가능성도 전북 이적과 새로운 장기계약으로 인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물론 전북은 김민재, 조규성, 이재성처럼 많은 유럽 진출 선수들을 배출했고, 해외진출에 유리한 인맥을 갖춘 박지성 디렉터의 존재도 있다. 하지만 자유계약이 얼마 남지 않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전북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한 것을 고려하면 해외 이적 가능성보다는 즉시전력감에 무게를 둔 영입에 가깝다.
 
이승우가 전북과의 계약기간을 모두 준수한다면 선수로서 최전성기인 20대 후반을 모두 국내에서 보내게 된다. 그가 이번 계약을 통해 유럽 재도전보다 국내 잔류 쪽으로 기운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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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전북현대 K리그 수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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