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우렌의 결혼>의 한 장면.
트리플픽쳐스
영화는 해외 로케 다큐멘터리 촬영기가 메인 스토리 라인이지만 정작 치열한 촬영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실제 고려인 결혼식을 찍어야 하는데 정작 결혼식에 늦어버렸으니 결혼식을 찾아다니는 뒷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결혼하는 이가 없으니 '가짜'로라도 결혼식 장면을 찍어야 할 판이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라는데 가짜로 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그 지점이 이 영화의 킥이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제작자의 의도를 사실의 기록에 입각해 전하는 영상물이다. 특정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지만 사실만 다뤄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승주와 아디나가 '가짜' 신랑 신부가 되어 치른 결혼식은 사실일까. 진실은 아니더라도 실제로 일어난 일이니 사실이라 할 만하겠다.
진실을 모르는 사람에겐 사실 그 자체로 받아들여질 테니 말이다. 다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승주는 그냥 지나치기 힘들 테다. 어쩔 수 없이 찍긴 했지만, 그 결혼식이 가짜였다는 사실보다 가짜 결혼식을 다큐멘터리의 일환이라고 찍은 자신을 용납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승주는 비로소 성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승주의 뒤늦은 성장은 아쉽다. 극 중에서 승주가 처한 상황을 보면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영화의 서사적 만듦새 측면에서 더 풍성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존재 가치를 충분히 뿜어냈다. 임찬익 감독의 오랜 경험과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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