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다 세이코 음반 커버 이미지
예스24
뉴진스 기획사 측에선 대중들이 무엇을 욕망하고 그리워하는지 치열하게 기획하고 구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도어와 하이브의 다툼으로 인해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번 일본 공연을 보면서 적어도 팬들에게는 결론이 내려진 듯하다. 법적 다툼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민희진 대표가 이끄는 어도어 사단이 없었다면 이번과 같은 레전드 무대는 보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측면에서 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는 단순히 한 레전드 가수의 곡을 커버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어도어의 뉴진스여야만 하는 이유를 완벽하게 보여줬다. 확실히 민희진 대표의 기획력이 돋보였고, 그걸 또 완벽하게 소화해 낸 뉴진스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뉴진스가 무엇을 할 때 제일 빛나는지 증명해 냈다.
하니의 목소리와 의상, 분위기는 청량함 그 자체였다. 마츠다 세이코에 거의 빙의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녀의 헤어스타일과 표정, 심지어 손짓까지 섬세하게 연출해 냈다. 동시에 원래 뉴진스의 하니로서 가지고 있는 매력 또한 순간순간 배어 나왔다.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홀로 서는 것이 무척 긴장되었을 텐데 잘 이겨내고 팬들의 파도 위에 푸른 산호초로 우뚝 서 줬다.
이번 무대를 계기로 기존 팬들을 뛰어넘어 한층 더 두터운 팬층을 만들어 낼 듯하다. 원래 뉴진스의 주요 팬층인 젊은이들은 물론, 마츠다 세이코를 아는 기성세대마저 사로잡았을 테니 말이다. 일본의 마지막 황금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하니의 '푸른 산호초'를 듣는 순간 향수에 빠져들 것이다.
1990년대의 국내 정서는 일본 문화에 배타적이었다. 일본으로부터 문화를 개방하면 국내 문화 산업이 모두 잠식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던 때였다. 극단적인 폐쇄 정책은 오히려 국내 대중들의 호기심을 부추겼다. 팬들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J-POP을 구해 들었고 더욱더 그들의 문화를 동경했다.
엄청 과거의 일 같으나 고작 30여 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정말 그랬던 적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양국의 문화적 위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의 K-POP이 타 문화보다 우수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대중문화에서는 적대감 없이 서로의 벽을 허물고 연결되는 경험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다.
뉴진스의 일본 무대야말로 그러한 것들을 증명해 냈다. 국적이 다른 대중임에도 그들이 가장 바라고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어코 찾아냈다. 거기에 최대한의 존중을 담은 무대 연출로 어느 외교 관계자도 해낼 수 없는 끈끈한 하나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냈다.
한일 관계는 정치 역사적으로 풀어야 할 것이 아직도 너무 많이 남아있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감 도는 관계로만 머물 수도 없는 일이다. 해결할 것은 해결하되 적어도 대중문화에선 이러한 교류가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진스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한다. '푸른 산호초'의 한 구절처럼, 하니가 일으킨 선풍이 남쪽의 바람을 타고 계속 시원하게 불어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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