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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분노하게 만든 '길막' 수비, 이대로 괜찮나

[주장] 3일 롯데전에 이어, 4일 두산전에서도 이어진 NC의 주루방해

24.06.05 15:44최종업데이트24.06.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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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된 4일 창원 NC-두산전 9회 도루 상황
논란이 된 4일 창원 NC-두산전 9회 도루 상황 티빙
 
명백한 주루방해성 플레이였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심판은 정상적인 수비로 판단했다. 이에 강력하게 항의하던 이승엽 두산 감독은 퇴장까지 당했다. 야구 팬들과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 4일 창원NC파크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두산이 1대 0으로 앞서고 있던 9회 초 1사1루 상황에서 1루 주자였던 두산 이유찬은 도루를 시도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으나 NC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VAR 결과는 아웃으로 판정이 번복됐다.

이에 이승엽 두산 감독은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판정에 강하게 항의했다. KBO 규정상 비디오 판독 결과에 어필하는 것은 자동으로 퇴장된다. 이승엽 감독이 퇴장을 감수하더라도 물러설 수 없을만큼 판정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 감독이 강력하게 어필한 부분은 NC 수비의 주루 방해성 플레이였다. 방송 중계 리플레이 화면으로 확인된 장면에서 주자 이유찬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으나 2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온 NC 김주원의 다리가 베이스를 가로막고 있어서 제대로 태그하지 못했다.
 
평소 점잖은 성격의 이승엽 감독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심판에게 "(길목을) 막았잖아요"라고 언성을 높이는 것이 중계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해당 경기를 중계한 도루왕 출신 전준호 해설위원 역시 "주자가 슬라이딩 해서 들어갈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주루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감독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비디오 판독 결과에 어필했다는 이유로 퇴장 조치를 당했다. 감독으로서 2023년 7월 29일 잠실 LG전 이후 통산 두 번째 퇴장이었다. 결국 추가점을 뽑을 기회를 놓친 두산은 9회말 NC의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홍건희가 박건우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두산으로서는 4연패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NC의 추가 득점을 간신히 막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가는 데 성공했다. 10회초, 첫 번째 공격에서 두산 타선이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1사 후 양의지와 양석환의 연속 안타에 이어, 김재호가 3루수 강습타구로 내야 안타를 기록하면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김기연과 전민재까지 적시 2루타를 날리며 점수차를 3점으로 벌렸다. 두산은 10회말 이영하를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하며 4대 1의 값진 승리를 거뒀다.
 
 두산 이승엽 감독
두산 이승엽 감독연합뉴스

경기는 두산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날 이승엽 감독의 퇴장 상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야구 팬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불과 사흘 전에도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역시 수비 팀은 NC였다.

지난 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펼쳐진 NC와 롯데의 경기, 3회 말에 롯데 주자 황성빈은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NC 3루수 서호철이 3루 베이스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는 주루 방해성 플레이를 했고 이에 롯데 측의 항의가 있었지만, 당시에도 비디오 판독 결과 판정은 아웃이었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자칫 주자의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프로야구에서 플레이 중 선수들이 부딪히거나 몸으로 베이스를 가로막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 야구에서는 부상 위험과 동업자 정신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 규정과 문화도 바뀌고 있다. 포수와 주자의 홈 충돌 방지 규정이 도입된 이유이기도 하다.

주자가 오직 베이스만 보고 전력으로 질주하는 상황에서 수비가 길목을 막고 있으면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날 경기만 해도 주자였던 두산 이유찬은 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결국 교체되어야 했다.
 
현대 야구에서는 누상에서 선수들의 충돌로 인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수비하는 야수는 주자가 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은 비워줘야 한다. 불과 4일 사이에 두 번이나 비슷한 플레이로 논란을 일으킨 NC의 수비는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고의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NC의 플레이가 동업자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더 아쉬운 것은 비디오 판독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루방해성 플레이를 정당하다고 인정해준 KBO 심판진이다. 이는 선수들이 앞으로 부상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위험한 수비를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

더구나 5일 자 < MK스포츠 > 보도에 따르면, 4일 경기 2루심이었던 이용혁 심판은 당시 김주원의 플레이에 대해 주루방해를 선언했다. 주루방해로 인한 세이프 판정이 원심이었음에도 구심이 NC 벤치의 비디오 판정을 받아들였다는 것. 원칙적으로 주루방해 판정에 대해서는 비디오 판정을 신청할 수 없다.

만약 앞으로 구단들이 이 장면을 기준으로 주자의 동선을 가로막는 수비를 펼치겠다고 하면 선수들의 주루플레이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KBO 심판진이 향후 주루 방해성 수비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는 이유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법적인 규정 외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경쟁은 치열하게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동업자 정신이나 페어플레이를 위배하는 선까지 가서는 안 된다. NC의 수비 방식이나 심판진의 판정 기준이 과연 야구 팬들이 기대하는 상식에 맞는 것인지, 돌아보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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