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오네시스
라이오네시스
-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에 아주 많은 뮤지션들의 음악이 인용되었다고 들었어요. 하나씩 설명해 주시겠어요?
담준 : "저는 가사를 만들 때 '이걸 듣는 사람도 모두 이 마스터피스는 알고 있겠지'라는 전제와 함께 인용구를 사용하는 걸 워낙에 좋아해요. 라이오네시스 데뷔 이전에 작업했던 곡들에서도 주로 사용했던 방식이고… 듣는 사람들과 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일까요.
먼저, 제목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 노래를 통해 팬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위대한 팝 디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의 'Beautiful'이 저에게 줬던 용기였어요. "We are beautiful, No matter what they say. Words can't bring us down"이라는 말을 왜 어릴 땐 누가 노래로 만들어 주고 나서야 알 수 있었을까요? 라이오네시스의 팬덤인 덴(DEN)은 유독 각자의 상처를 하나씩 짊어지고 한 곳에 모인 소중한 사람들이예요. 단순히 가수와 팬 사이의 관계보다, 우리는 서로 공유하는 어떤 토양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 사랑하는 덴들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어요. '누가 뭐라든, 우리는 아름답다'고."
강한 : "뿐만 아니라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Man in the mirror',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Make it happen',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Greatest love of all' 등 저희가 자라오면서 힘을 얻었던 노래들, 그리고 그 뮤지션들이 저희에게 준 메시지를 한 곡으로 엮어 냈어요. 저에게는 2022년에 발매한 라이오네시스의 싱글 'It's OK to be me' 뮤직비디오에서 제 드랙퀸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 정말 큰 용기를 요하는 일이였거든요. 왜 매번 커밍아웃을 하는 기분이 드는지…(웃음) 이제는 이 모습으로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팬들을 만나는 것이 익숙해 진 느낌이에요."
말랑 : "또, 윤복희 선배님의 '여러분'과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의 'answer:love myself '의 구절도 인용되었어요. '여러분'의 가사가 랩으로 만들어져서 처음 들었을 때는… 아직도 전율이 흐르는 느낌이에요. 'Show me your pride '이후로 라이오네시스의 음악도 조금씩이나마 더 폭넓은 이야기를 전하려고 애썼어요. '커밍아웃' 이야기를 넘어, 이제는 이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이 삶의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라요."
"가면에 연대의 의미도... 퍼포먼스는 계속"
-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 뮤직비디오에서 말랑씨가 가면을 오픈하면서 드디어 라이오네시스의 모든 멤버의 얼굴이 공개 되었네요. 이제 계속 가면없이 활동하는 건가요?
강한 : "이 가면의 의미는 '누군가 당장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는 상황의 사람 역시 모두 함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라이오네시스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상징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상황에 따라 멤버들이 취사선택을 하겠지만 가면을 활용한 퍼포먼스는 계속 될 거예요."
말랑 : "어유, 후련하죠. 사실 그동안 팬들과의 연대의 의미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도 가족들이나 주변에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아직 무섭기도 했거든요. 마음의 준비가 3년이나 걸릴 줄은…(웃음) 한이형 말대로 가면은 앞으로 계속 활용될 예정이에요. 다만 이전처럼 '아직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으니까' 하며 모든 무대나 콘텐츠에서 가면을 착용하고 등장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동안 코 밑으로만 메이크업을 해도 돼서 편했는데… (웃음) 그래도,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더 커요."
담준 : "지난 2년 반 동안 저희를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힌 악플이 '저 놈들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니까 가면 뒤에 숨는 거다'라며 멤버들이 가면 쓴 사진을 캡쳐해서 인터넷에 퍼나르던 사람들이였거든요. 웃기는 건, '떳떳하지 못해서 가면 속에 숨는'다는 말을 호도하려고, 정작 제 얼굴만 빼고 나머지 멤버들이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만 캡쳐해서 자기들끼리 돌려보고 있던 거 있죠. 진짜로 떳떳하지 못하게 말이예요.(웃음)
저는 라이오네시스 이전에도 한 번 매드(MAAD)라는 그룹으로 정식으로 데뷔를 했었고, 얼굴이 계속 알려져 왔기 때문에 괜찮았는데, 나머지 두 멤버들의 얼굴을 공개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저희끼리도 많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쨌든 이 가면이 우리와 팬들을 이어주는 통로기도 하니까, 버릴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저런 이야기들을 계속 돌게 놔둘 순 없었으니까요. 이제 다만 메이크업 실장님들은 3배 더 바빠지시겠지만… 오히려 저도 가끔은 다시 가면을 쓰고 새로운 퍼포먼스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 담준씨와 말랑씨의 고등학생 연기가 팬들 사이에 화제더라구요. 교복입은 모습에 주변 반응은 어떻던가요?
말랑 : "다행히 주변은 물론 팬들 역시 정말 좋아해 주시더라구요. 사실 교복도 교복이지만, 가면을 벗을 때 입고 있던 화려한 외투를 자꾸 형들이 '은갈치'라고…(웃음) 가끔 사복으로도 '은갈치' 애용하고 있습니다."
강한 : "저는 처음부터 '루야'의 모습으로만 있어서… 다른 출연자들이 모두 교복을 입고 움직이는 걸 보니 괜히 저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느낌이 들더라구요. 재미있었어요."
담준 : "사실 이 콘셉트는 지난 3월에 한국에서 가장 큰 게이클럽인 '킹(KING)'에서 하루 동안 교복파티 이벤트를 한 걸 보고 착안했어요. 이날 저도 고등학교 때 입던 교복을 찾아 입고 놀러 갔는데, 다들 성인인 걸 아는데도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킹'의 대표이자 제가 K-POP 아티스트로 뛰어 들 수 있게 가장 큰 용기가 되었던 트랜스젠더 디바, 가수 차세빈씨에게 넌지시 물어봤어요. '누나, 저 이 콘셉트 써도 돼요?'라고. 너무 흔쾌히 재밌겠다고 하면서 허락해주시더라구요.
다만 단역 배우 일손이 모자라서 실제 지금 고등학생인 제자들이 함께 출연했는데, 제자 앞에서 교복 입고 친구 역을 연기하자니…(웃음) 아직도 웃음이 나요. 극 중 제 남자친구로 출연한 배우 김권씨도 저와 거의 열 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저 혼자 담임선생님처럼 보이진 않을까하고 걱정됐었어요."
-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말랑씨의 얼굴 공개만큼 담준씨의 키스신이 화제였어요. 멤버들 반응은 어땠나요?
말랑 : "전 '부럽다!!'였죠. 하지만 극 중에서 저는 게이인 것이 드러나서 괴롭힘을 당하지만 꿋꿋하게 버티다가 가면을 벗고 새 스텝을 밟아 나가는 역할이였지만, 극 중 담준이형의 역할은 오히려 그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계속 숨기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아무도 몰래 사랑하는 둘이서만 받아들이는 역할이였으니까요. 두 캐릭터가 대비되는 모습이 저는 재밌었어요."
강한 : "'저거, 저거, 사심 아니야?'라고 놀리긴 했는데... 사실 중간에 세트장이 정전이 돼서 원래 예정되어 있던 장소가 아닌 화장실신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래서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아서 담준이가 속상해할 줄 알았는데, '근데 이게 더 야하지 않아?'라는 거 있죠.(웃음)"
담준 : "아니, 저는 아티스트로서… 작품 대 배우로서… 라고 해도 아무도 안 믿어 주더라구요(웃음). 극 중 꼭 필요한 장면이기도 했으니까, 사실 STO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을 때는 음악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 제약이 많았어요. 그때 발매하지 못하고 쌓아 둔 음악들만 정규 앨범 세, 네 장은 거뜬히 나올 정도니까… 앞으로 어떤 회사와 일을 하게 될지, 혹은 앞으로도 계속 저희가 길을 만들어 나갈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이런 표현에 제약이 없는 곳과 함께 하고 싶어요. 저, 그래도 샘 스미스, 카디비랑 동갑인데… (웃음) 그 두 사람이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것 만큼 저도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들이 아직 많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