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수원FC)는 올시즌 프로축구 K리그1에서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리그에서만 벌써 7골을 터뜨리며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시즌 이승우보다 많은 골을 터뜨린 선수는 이상헌(강원FC)과 무고사(인천) 뿐이고, 이승우와의 격차는 1골에 불과하다.
놀라운 것은 이승우가 소속팀에서는 베스트 11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승우는 올시즌 주로 선발이 아닌 교체멤버로 나서고 있고, 자신이 기록한 7골(2도움)을 모두 후반에 터뜨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물론 이승우가 기량이 부족하여 선발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다.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전략적인 이유로 이승우를 후반에 투입하여 경기흐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활용하고 있다. 이승우는 '후반의 남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에 대하여 "후반에 출전하니 후반에만 공격포인트가 나오는 것 뿐"이라며 선발로 나오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우에게 소속팀 선발로 나서지 못하는 것보다 더 아쉬운 대목은, 대표팀에서의 외면이다. 이승우는 K리그에서의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표팀에서는 좀처럼 부름을 받지못하고 있다. 김도훈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은 최근 발표된 6월 북중미월드컵 2차예선 A매치 2연전 명단에서 이승우의 이름을 제외했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인 2013년 16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U-17, U-20 월드컵,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U-23) 등 주요 연령대별 대표팀과 국제대회를 두루 거쳤다. 특히 10대 시절에는 또래 국내 선수들에게 보기힘든 탁월한 기술과 골결정력을 바탕으로 차원이 다른 활약을 펼치며 '코리안 메시'로 불릴만큼 기대감을 모았다.
2018년 5월에는 A대표팀에 첫 발탁되었고 러시아월드컵과 2019 UAE AFC 아시안컵에도 출전하며 A매치 11경기(1도움)에 출전했다. 하지만 2019년 6월 이란과의 평가전을 끝으로 더 이상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했다.
약 2년전까지만 해도 이승우가 대표팀에서 멀어진 이유는, 소속팀에서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에서 구단 징계로 인한 공백기 이후, 이탈리아 베로나,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임대) 등에서 연이어 주전경쟁에 어려움을 겪으며 성인무대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승우는 2022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K리그 수원FC행을 선택했다. 떨어진 경기감각을 회복하고 자신감을 되찾기 위한 결단이었다. 이승우는 K리그 진출 이후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올시즌까지 포함하면 총 31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이승우가 2022년의 14골을 뛰어넘어 개인 커리어하이는 물론, 사상 첫 K리그 득점왕까지도 노려볼만한 페이스다.
하지만 K리그에서의 활약에도 정작 국가대표팀 감독들은 여전히 이승우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이승우를 마지막으로 대표팀에 소집했던 파울루 벤투와 그 뒤를 이은 위르겐 클린스만, 3월과 6월 A매치에서 임시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김도훈 같은 국내파 감독들도 모두 이승우를 부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승우가 K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이유로 활약이 저평가받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이승우가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못한 진짜 이유는 역시 쟁쟁한 경쟁자들의 존재 때문이다. 이승우가 활용될 수 있는 2선은 주전인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으로 이어지는 유럽파 '빅3'의 아성이 견고하다. 또한 이들 외에도 이재성, 엄원상, 정우영, 배준호 등이 있어서 사실상 대표팀에서 선수층이 가장 두텁고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으로 대표팀에서는 이승우의 포지션과 활용법이 모호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우는 전형적인 윙어나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니며, 찬스메이킹보다는 골을 직접 마무리하는 역할에 최적화된 선수다. 하지만 원톱으로 놓기에는 피지컬과 제공권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이승우의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빅앤 스몰 투톱 전술에서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이 가장 어울린다. 소속팀의 김은중 감독도 이승우를 후반에 기용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문제는 대표팀이 소속팀이나 연령대별 대표팀에서처럼 이승우만을 위한 맞춤형 전술을 만들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데 있다. 대표팀에는 측면 윙어와 최전방까지 동시에 소화가능하고 골결정력도 월등히 뛰어난 손흥민이 있고, 패스와 크로스 능력은 이강인, 돌파는 황희찬, 스피드는 엄원상처럼 각자 이승우보다 확실한 장기를 지닌 선수들이 즐비하다. 대표팀 감독들 입장에서는 굳이 활용하기 까다로운 이승우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여기에 대표팀에서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 종종 태도와 멘탈 문제로 구설수를 일으킨 것도 아쉬웠던 대목이다.
다행인 부분은 이승우가 연이은 대표팀 탈락의 아쉬움에도 그라운드 위에서는 프로답게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승우는 A매치 명단이 발표된 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 29일 대구FC와의 홈경기에서 7호골을 터뜨리며 보란 듯이 무력 시위를 펼쳤다.
이승우는 경기를 마치고 대표팀 승선 불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고 다시 나아가야 한다. K리그로 돌아온 첫 번째 이유도 대표팀에서 뛰기 위해서였다. 일단은 마음을 비우고 리그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하며 다시 의지를 다졌다.
이승우가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을 바탕으로 과연 다음에 지휘봉을 잡을 차기 정식 대표팀 감독에게는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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