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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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아닌 헤드비히 그리고 아이들을 직접적인 가해자로 볼 순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루돌프가 한 일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그냥 받아들일 뿐이다. 그러려니, 모른 척, 남일이니까. 극단적으로 말해 누구나 그들일 수 있다.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남일이니까, 우리나라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그러려니, 집 근처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모른 척할 때가 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은 홀로코스트 실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양심사를 접하고 제창한 '악은 악한 마음이 아니라 무사유에서 생긴다'라는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루돌프 회스가 명령을 받은 인물이 다름 아닌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그러니 이 영화는 악의 평범성을 논하는 또 하나의 작품일 수 있겠다. 루돌프의 가족 모두는 홀로코스트에 대해 사유하지 않았고 악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지라도 악마와 다름없었다.
작품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과 음향상을 수상했는데 으스스하고 기괴하며 오래 듣고 있으면 미칠 수도 있겠다 싶은 음향이 종종 들려오는 바, 루돌프 가족의 상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우슈비츠에 갇힌 이들이 내뿜는 기의 파장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또는 둘 다인지.
가히 역대 최고의 홀로코스트 영화라고 할 만하다. 수없이 많은 제2차 세계대전 영화, 홀로코스트 영화를 접했지만 이런 작품은 단연코 없었다. 그동안에는 텍스트를 읽은 느낌이라면 이번엔 텍스트 이면의 콘텍스트를 들여다보고 해석하고 대입해 보기까지 하니 가히 완벽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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