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불가리아전에서 승리하면 37위까지 떨어진 세계랭킹 상승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제배구연맹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 활약하던 시절 한국 여자배구는 세계 그 어떤 팀들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양 선수 못지 않은 뛰어난 신체조건과 운동능력, 여기에 서양 선수들도 감히 따라오지 못했던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김연경이 버티고 있으면 나머지 선수들의 자신감도 함께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김연경이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자신감도 동시에 사라졌다.
실제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12전 전패를 당했던 작년 VNL 대회에서 9번의 0-3 셧아웃 패배를 기록했다. 특히 튀르키예와 캐나다, 미국, 브라질, 도미니카 공화국, 폴란드 등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피지컬이 좋은 팀을 상대로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완패를 당했다. 승패를 떠나 신체조건이 좋은 팀을 상대로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상대를 끝까지 괴롭혔던 한국 여자배구 특유의 '근성'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한국 여자배구는 이번 대회에서도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의 팀이 아닌 한국보다 신체조건이 떨어지는 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물론 태국전 승리를 폄하해서는 안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신체조건이 좋은 서양팀을 상대로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던 나쁜 버릇(?)을 완전히 고쳤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팀 중에서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불가리아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한국이 불가리아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신체조건이 좋은 팀을 상대하는 법을 배운다면 더욱 자신감 있게 남은 일정을 치를 수 있다. 물론 한국이 불가리아 이후에 만날 폴란드와 튀르키예,캐나다는 물론이고 일본에서 열리는 3주차에 만나는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역시 한국에게 버거운 상대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불가리아를 이긴 후 이들을 만나는 것과 패한 후 만나는 것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작년 VNL 대회에서도 수원에서 불가리아를 상대했지만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한 바 있다. 당시 김다은(흥국생명)이 19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블로킹에서 4-13으로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안방에서 불가리아에게 승점 3점을 헌납했다. 비록 장소는 미국으로 바뀌었지만 한국에게 이번 불가리아와의 경기는 일종의 설욕전인 셈이다. 과연 모랄레스호는 불가리아를 제물로 대회 2연승을 거두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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