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벤자민 버튼> 공연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당신의 스윗 스팟은 언제인가요?
뮤지컬 <벤자민 버튼>을 관통하는 주제는 '스윗 스팟(sweet spot)'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스윗 스팟이란 단어는 익숙하다. 배트에 공이 맞았을 때 이상적인 타구가 나올 수 있는 최적점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순간을 두고 스윗 스팟이라 명명한 것.
남들과는 다른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는 벤자민은 그로 인해 좌절하기도 한다. 그런 벤자민에게 마마는 인생에는 찬란한 순간, 즉 스윗 스팟이 반드시 찾아온다고 말해준다(넘버 'SWEET SPOT'). 스윗 스팟의 존재를 알게 된 벤자민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한 명 있었는데, 바로 재즈클럽의 여가수 블루다. 어느덧 자신의 나이에 맞는 모습을 하게 된 벤자민은 블루를 만나 스윗 스팟을 꿈꾼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뿐, 블루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벤자민을 떠나게 된다. 돈을 벌 목적으로 자신을 이용하는 매니저 제리에 의해서다. 이후 세월이 지나 벤자민과 블루는 다시 만나고, 벤자민은 블루와 다시 사랑을 나누길 원하지만 블루는 두려워한다. 벤자민은 점점 어려지는 데 반해 자신은 늙어가니,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는 불안 때문이다. 블루는 눈물을 삼키며 사랑을 외면하곤 다시 떠난다. 스윗 스팟을 꿈꾸고 누리고 좌절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러곤 벤자민은 제2차 세계대전에 징병된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입대 전 3일 동안 사랑을 나눴다고 기뻐하는 군인을 마주한다. 그 군인은 짧지만 강렬했던 스윗 스팟을 두고두고 기억하며 행복해했다. 이때 벤자민은 깨닫는다. 스윗 스팟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찬란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어쩌면 스윗 스팟을 기억하는 그 순간마저도 스윗 스팟일 수 있다는 것을.
"스윗 스팟은 어느 한 때 한 순간이 아냐. 스윗 스팟이 끝날지라도 이미 내 마음에 있어."
- 넘버 'Before and After' 중에서.
너무 짧은 스윗 스팟에 실망하고, 뜻대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좌절하던 벤자민은 달라진다. 벤자민은 다시 블루를 찾아가 사랑을 고백하고, 벤자민이 자신의 주름마저 사랑해줄 수 있다는 진정성을 느낀 블루는 영원한 사랑을 다짐한다. 블루가 치매에 걸려 자신을 3분밖에 알아보지 못했는데도, 벤자민은 그 3분을 기억하며 행복해한다. 그렇게 벤자민과 블루의 스윗 스팟은 죽음이 이들을 데려가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벤자민 버튼>은 관객에게 각자의 스윗 스팟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지닌 듯하다. 이 글을 읽고, 또는 뮤지컬을 보고 한번 생각해보시길 추천드린다. 그리고 마음껏 행복해하시길. 여러분의 스윗 스팟은 언제인가? 스윗 스팟을 꿈꾸고 계시는가? 혹은 지금 스윗 스팟을 맞이하셨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