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희 PD
김아영
-(촬영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물 속)추위요. 그리고 제가 숨을 잘 참더라고요. 4분을 버텼어요. 대신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해요. 몸에서 산소를 소비하는 걸 최대한 줄여야죠. 생각하는 것에도 산소가 필요해요. 멍 때리고 있으면 숨을 오래 참을 수 있어요. 제가 멍을 잘 때리나 봐요."
-왜 PD가 되셨나요?
"저는 영화를 즐겨 봤어요. PD보다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죠. EBS에 입사하기 전 독립 영화 관련 일을 몇 년 했어요. 여러 이유로 포기했지만요."
-(꿈을) 포기한 이유가 뭔가요?
"감독의 보조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게 있지만 제 작품은 아니니까요. 영화는 작품 단위로 계약해요.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에 또 스태프로 참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죠.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야 했어요. 그동안 배웠던 걸 써먹을 수 있으면서 덜 세속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 어딜까 찾아봤죠. EBS를 알게 됐고, 30대에 조연출로 시작했어요. 대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친구들과 꾸역꾸역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개인 작품이 있나요?
"졸업작이 있긴 한데 부끄러워서 말씀드릴 수 없고 볼 수 있는 방법도 없어요. 스태프로 참여한 영화는 있죠. 홍상수 감독님 영화 두 편을 연출했고, 윤성호 감독, 부지영 감독과도 일했습니다."
-살면서 숨비 소리를 낼 정도의 순간이 있었나요?(*숨비 소리:해녀가 바다 깊이 잠수했다가 물 밖으로 나와 숨을 한꺼번에 토해낼 때 나는 숨소리-기자주).
"요새가 그런 것 같아요. 숨 가쁘게 살고 있죠. 저는 게으른 사람이고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염세적인 사람이라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도 없죠. 본의 아니게 'PD로그'를 하게 되면서 제일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자의는 아니지만 팀원들이 열심히 뛰다 보니 같이 뛰게 돼요."
- 촬영 전날에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연출하는 분들은 비슷한 생각을 할 거예요. 촬영 전날에는 온갖 생각이 들어요. '뭐가 안 되면 어떡하지' 하고요. 근데 모든 걸 제가 통제할 순 없거든요. 걱정을 안 할 수도 없죠. 최선을 다해 걱정해 보고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해요. 일찍 자고 체력을 비축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방전되지 말자는 마음으로 해요."
- 앞으로 어떤 다큐를 찍고 싶으신가요?
"사람 사는 얘기를 온전히 담아보고 싶어요. 다큐멘터리가 논픽션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조미료가 들어가죠. 한정된 기간과 예산안에서 제작해야 해서 타협을 할 수밖에 없어요. 기회가 된다면 진득하게 긴 호흡으로 영화적인 다큐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한편, < PD 로그 >는 1부 '해녀가 된 정 PD'를 시작으로 지난 13일 2부 '로프공이 된 이 PD'를 방영했다. 7명의 PD가 매번 다른 직업을 체험하며 총 15편이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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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권 신문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정식 기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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