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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여론 높아도 4선 간다? 정몽규의 알 수 없는 큰그림

[주장] 축구팬 분노 높은데, 대한축구협회 회장직 계속?

24.05.16 15:44최종업데이트24.05.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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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의 4선 연임 도전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한국축구 관련 최근 연이은 참사와 파행으로 사퇴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데만 연연하는 듯한 '회장님'의 행태에 대하여 축구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에 단독 출마했다. 경쟁자 없이 단독 입후보한 만큼 애초부터 당선은 예약된 상황이었다. AFC 집행위원은 정 회장의 국제축구 외교무대 복귀이자 축구협회장 4선 연임 자격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이 AFC 집행위원에 출마했다는 것은, 결국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몽규 회장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3선에 성공하며 11년째 한국축구의 수장을 맡고 있다. 무려 17년간 집권하며 4연임을 했던 사촌형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에 이어 역대 축구협회장 중 두 번째 장기집권이자, 두 사람을 합쳐 현대가에서만 무려 28년째 한국축구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정몽규 회장의 재임기간 동안 한국축구는 FIFA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 2022 카타르월드컵 원정 16강, 2019년 폴란드 U-20 FIFA월드컵 준우승과 2023년 아르헨티나 대회 4강, U-23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3연패 등, 나름 화려한 업적도 이뤘다.
 
하지만 이러한 업적마저도 무색하게 만들만큼 정몽규 체제에서 한국축구는 갈수록 퇴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축구 발전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시스템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행정, 한국축구를 회장 개인의 명예와 입신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비판의 내용들이다.
 
쏟아지는 비판 모른척하는 정몽규 회장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축구팬들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축구팬들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정몽규 회장 체제의 축구협회가 본격적인 파행으로 치닫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22년부터다. 대한축구협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중국이 개최권을 반납한 아시안컵의 유치를 추진했으나, 정작 투표 결과는 큰 격차로 카타르에 패하며 국제외교력의 무능을 드러냈다.
 
2023년에는 승부조작을 비롯하여 축구협회의 징계 받았던 100인에 대한 '기습사면'을 단행하려다가 여론의 격렬한 반발로 철회하는 어처구니 없는 촌극을 일으켰다. 당시 사태에 책임을 지고 다수의 축구협회 임원들이 사퇴했지만 정 회장만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또한 같은 해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과의 재계약 불발로 공석이 된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에 클린스만을 선임했다. 그런데 클린스만은 국제축구계에서 지도자로서는 이미 낙제점을 받으며 사실상 퇴출된 인물이었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가 그동안 유지해온 '감독선임 프로세스'를 무시하면서 정몽규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클린스만을 회장 권한을 앞세워 독단적으로 선임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클린스만의 잦은 외유와 기행, 근무태만 논란으로 이어졌다. 클린스만이 이끌었던 축구대표팀은 지난 1월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4강에 올랐으나 연이은 졸전과 준결승 요르단전 참패, 대회 기간 중 벌어진 선수단 내분 사태 등 전례없는 파행을 초래하며 무너졌다. 클린스만은 대회 직후 결국 경질되었고, 한국축구는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며 뒷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클린스만의 사퇴로 공석이 된 A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황선홍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에 맡긴 것도 '악수'였다.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 카타르 23세 이하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 수 아래로 꼽히던 인도네시아에 패하며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기록이 좌절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
 
최근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역시 난항의 연속이다. 1순위 영입 대상자로 삼았던 제시 마시(미국)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을 캐나다 축구협회(CAS)에 빼앗겼다. 에르베 르나르, 세놀 귀네슈 등 또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협상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하여 축구대표팀은 지난 3월에 이어 6월에도 정식 감독을 구하지 못하여 임시 감독 체제로 치러지게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질된 클린스만의 위약금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가 수준급 외국인 감독의 몸값을 감당할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것도, '감독 구인난'이 장기화되고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으로 이러한 축구협회의 연이은 헛발질을 두고 정몽규 회장의 독단적인 권력행사와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처신, 그리고 협회 내부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들이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실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내부 운영 문제 외에도, CEO이자 리더로서 여러모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그가 운영하던 HDC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2022년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등 여러 가지 실책과 대형 사고를 일으키며 도마에 올랐다.
 
정 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는 프로축구단 부산 아이파크는 한때 K리그1 우승까지 차지한 명문구단이었으나 최근에는 수차례 강등을 당하며 1-2부리그를 오락가락하고 있는 그저그런 팀으로 전락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2월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낙선하는 등 국내축구계에서의 영향력에 비하여 국제 축구 외교 무대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외면받기도 했다.
 
객관적으로 정몽규 회장은 '무능하다'는 지적을 들어도 더이상 할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 회장이 축구계 안팎의 사퇴 요구를 묵살하고 임기 연장을 노리는 상황에 대해 축구계에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A매치에서는 정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관중들의 걸개가 내걸리고 협회 앞에서 트럭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축구인들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자취를 감춘 채 침묵을 지키면서 여전히 연임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의지가 과연 진심으로 한국축구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명예만을 위한 아집인지는 의문이다.
 
한국축구가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축구협회의 변화와 개혁이 절실하다는 게 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먼저 '인적 쇄신의 1호 대상'이 되어야 할 인물이 바로 정 회장이라고 할수 있다. 자신의 책임을 거부하는 리더 아래에서 축구협회가 과연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근심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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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회장 대한축구협회 AFC집행위원 4선연임 축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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