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야수 조수행의 유니폼에는 거침없는 슬라이딩 등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언제나 흙이 묻어 있다.
두산베어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게 조수행의 '실력'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현재 시즌 타율 0.317을 기록 중인 조수행은 작년에 비해 타율이 거의 1할 가까이 늘었다. 또한 0.317은 현재 두산의 외야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이다(세 타석만을 소화한 홍성호 제외). 총액 70만 달러(한화 약 9억 5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올해 두산에 입단한 외국인 용병 라모스(0.301), 각각 115억‧56억의 고액 FA 계약자인 김재환(0.237)‧정수빈(0.277)보다도 조수행의 타율이 높다. 조수행의 2024시즌 연봉은 1억이 채 안 되는 9천 5백만 원이다.
5월 타율은 더 뜨겁다. 10경기 33타수 12안타를 때리며 0.364 3할 중후반대의 타율을 자랑 중이다.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이 조수행을 계속 주전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현대 야구에서 OPS(출루율+장타율)의 중요성이 부상하며 타율이 가진 위상은 많이 떨어졌지만, 조수행은 일단 1루에 나갔다 하면 높은 확률로 도루를 통해 2루를 훔쳐 득점권(스코어링 포지션)을 만들어낸다. 올 시즌 조수행의 도루 시도 횟수는 18번, 그 가운데 1번을 제외한 17번을 다음 베이스를 훔치는 데 성공했다. 성공률은 약 0.944다.
조수행이 이번 시즌 현재까지 좋은 활약을 보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타격폼의 변화다. 조수행은 올해 LG 홍창기와 비슷한 자세로 타격에 임하고 있다. 홍창기는 2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외야수 중 한 명으로, 2021년과 2023년 두 번에 걸쳐 KBO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을 수상했다. 조수행과 같은 2016년 입단해 2019년까지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2020년 LG의 주전 외야수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더니 2021년 재능을 완전히 꽃피웠다. 이후 작년에는 LG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공헌하는 등 지금까지 붙박이 주전 1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조수행으로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홍창기와 그는 같은 건국대 출신으로 오랜 기간 함께 뛰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조수행이 대학 야구 최고의 1번 타자였다. 프로 지명 순서도 홍창기는 2차 3라운드 전체 27번, 조수행은 2차 1라운드 전체 5번으로 조수행이 훨씬 빨랐다. 때문에, 조수행은 '홍거조(홍창기 거르고 조수행)'라는 팬들의 아쉬움 섞인 비난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아직 규정타석을 못 채웠긴 하지만, 현재 조수행은 홍창기(0.292)보다도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 타격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는 없어도, 조수행의 2024년이 다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포르쉥' 조수행의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