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선공개 싱글 'Bubble Gum' 스틸컷. 뮤직비디오는 1980, 1990년대 오브제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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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외적으로 큰 이슈가 된 가운데, 뉴진스는 오는 24일에 발표할 더블싱글 중 하나인 'Bubble Gum' 뮤직비디오를 지난 4월 27일 선공개했다. 뮤직비디오 속 세계는 'Ditto'부터 쭉 이어져 온, 창작자가 선호하는 문화적 레퍼런스가 응축된 괴이한 공간이다. 휴대폰 등 최신 문물이 최대한 배제된 세상. 캠코더로 녹화되어 노이즈 낀 브라운관에 다시 재생되는 기억들. 뮤직비디오에서 1980, 1990년대 문화적 레퍼런스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뉴진스는 사람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며 관심을 받았고, 이번에 공개한 뮤직비디오 역시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시티팝은 추억과 닮아있다
유독 특이하게 다가오는 건 음악이다. 그간 뉴진스는 과거의 문화적 양식을 모티브 삼아 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하거나 재해석해 왔다. 그런데 음악만큼은 최신을 지향했다. 저지 클럽, 드럼 앤 베이스 등 최근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장르의 사운드를 차용했다. 트렌디한 사운드를 줄곧 만들어온 뉴진스에게 'Bubble Gum'은 이질적인 음악이고, 이 음악을 들으면 누구나 쉽게 '시티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일본 활동과 CM송을 염두한 선택일 것이다.)
이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음악인 시티팝은 사실 1990년대 일본 음악의 트렌드였던 '시부야케이'처럼, 근원을 파고들어 갈수록 제대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모호한 장르다. 시티팝은 소위 웨스트코스트 AOR, Acid Jazz, 신스팝 등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장르들을 혼용했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티팝의 근원은 어쩌면 아무것도 없는 빈 껍데기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티팝이 갖고 있는 모호성이야말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아닐까.
시티팝은 그 음악이 탄생한 시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과거에 머물러 있는 장르였다. 어쩌다 레트로 열풍에 휩쓸려 다시 재조명받기 시작한 이 음악은 자연스럽게 과거를 그리워하는 정서를 품으며 듣는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그게 설령 시티팝의 태동기에 태어나지도 않았고 유년시절에 시티팝을 접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말이다. 말하자면, 우리가 이미 흘려보낸 과거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시티팝이라는 모호한 음악을 재조명시키는 원동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과거는 매 순간 뉴진스의 뮤직비디오처럼 캠코더로 녹화되는 게 아니라서 머리에 명확하게 기록되지 않는다. 그저 남겨진 기억의 파편을 얼기설기 이어 붙여 과거를 아련했던 시간으로 되새김질할 뿐이다. 여기엔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슬픔, 환희로 가득 찬 행복이 제멋대로 엮여 있다. 우리는 그 기억을 아련한 추억으로 남기며 종종 떠올린다. 그리고 뉴진스는 1980, 1990년대 문화로 재조립된 세계에서 천진하게 비눗방울을 불면서 놀고, 이제는 접하기 어려운 VHS를 돌려 본다. 그리고 자신들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손짓한다. 이렇게 아름답고 처연한 추억의 세계에 잠깐 머물다 가라고.
내게 존재하지도 않았던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