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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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 동정할 틈도 주지 않는 비호감 주연을 내세우면서 김세휘 감독 또한 고민이 깊었다. 그는 "위험부담이 있었지만 SNS가 막을 수 없는 소통창구가 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을 말하고 싶었다. 염탐, 관음을 하기 위해 SNS 부계정을 만드는 현상도 나타나잖냐.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봤을 때 캐릭터와 동질감을 느끼기보단 경악하면 좋겠다. '나는 저 정도는 아니야', '쟤들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면 성공"이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한편, 영화 시놉시스가 공개되면서 일각에서는 관음을 일삼는 남자가 살인 누명의 피해자라는 프레임 속에서 자신의 범죄를 희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했다. 이에 김세휘 감독은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주인공들의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옹호하지도, 미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그들에게 닥치는 시련은 그들이 행동한 결과니까 그릇된 신념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관객이 직접 평가하도록 만들었다"라며 "결론적으로 구정태라는 인물은 본인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잃는다.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물들과 관객 사이 유일하게 허락된 창구는 '내레이션'이다. 김 감독은 "원래 내레이션 없이 시나리오를 쓰려고 했는데 불가능했다. 주인공으로서 감정이입을 한 채로 이야기를 진행해야 하는데 저조차도 인물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라며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말을 걸며 자기변명을 늘어놓는 형식으로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한소라는 '내가 제일 불쌍해'라는 말로 거짓말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타인을 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한다면 구정태는 죄의 무게조차 깨닫지 못한 채 관음을 취미 정도로 여긴다. 이에 구정태는 좀 더 관객에게 친근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말을 건다면 한소라는 자신에게 말을 건다. 관객은 자기합리화와 자기연민이 뒤섞인 두 인물을 바라보며 거리를 좁혔다 멀어지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 끝에는 옹호하고 싶지 않는 두 인물의 절박한 발버둥이 남는다. 신혜선은 "나름 액션신 같은 몸싸움이 있다. 싸움 못 하는 애들끼리 치고 박는 연기를 했는데 액션 경험이 많은 변요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더 절실하게 싸우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변요한은 "무술감독님, 촬영감독님과의 회의 끝에 선택한 것은 '몸부림'이었다. 관객들에게 타당성을 주장하다가 끝에는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의 몸부림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녀가 죽었다>는 오는 5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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