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HD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울산 이동경이 선제 득점을 기록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보다 낭만 있는 축구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울산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상상하던 소년이 클럽의 명운이 걸린 가장 중요한 순간, 결승 골을 기록하며 소속팀을 세계 무대로 진출시켰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 HD는 일본의 전통 강호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의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상대를 1-0으로 제압하고 결승 진출에 한 걸음 바짝 다가섰다. 울산 홈에서 열렸던 이번 1차전 경기는 울산의 완벽한 승리였다. 요코하마에 점유율 59%와 슈팅 15개를 허용하며 경기 주도권을 내줬던 울산은 단 3개의 유효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고 요코하마의 공격력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울산 승리의 중심에는 환상적인 선방을 기록한 조현우와 완벽한 연계 능력을 선보인 엄원상, 주민규가 있었으나 결승 골을 기록한 근본 유스 '이동경'이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을 밝게 빛나게 해줬다.
울산 자랑이자 '근본' 이동경의 완벽한 '입대 선물'
현대중-현대고를 거치며 울산 HD의 유스 시스템에서 실력을 갈고 닦으며 성장한 이동경은 될성부른 떡잎 그 자체였다. 2018년을 앞두고 홍익대학교에서 울산으로 콜업되며 프로 무대 생활을 시작한 이동경은 해당 시즌 푸른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에 성공했으나 주전 자리 확보에 실패했고 K리그 2 FC 안양으로 임대되며 잠시 안녕을 전해야만 했다.
안양에서 리그 10경기를 뛰며 프로 무대 감각을 익힌 이동경은 이듬해 곧바로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김도훈 감독 지휘 아래 울산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차지한 이동경은 푸른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28경기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했다. 해당 시즌 파울루 벤투(UAE 대표팀) 감독이 지휘했던 A대표팀에도 선발되는 영광을 맛봤던 이동경은 2020년 시작과 동시에 U-23 대표팀을 아시안컵 정상 무대로 견인하며 미친 실력을 입증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미국 프로축구 명문 벤쿠버 화이트 캡스와 연결되기도 했으나 무산되며 아쉬움을 겪었으나 시즌 시작 후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팬들의 찬사를 이끌었다. 이후 여름과 겨울에 유럽 주요 클럽들과 이적설이 대두됐으나 무산되며 어려운 순간을 겪었던 이동경은 2021시즌 자신의 실력을 완벽하게 발휘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공식전 28경기에 나와 6골 3도움을 기록했던 이동경은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을 유감없이 입증했고 시즌 중반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되어 본선 무대에서 연속 골을 기록하며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결국 2022시즌을 앞두고 독일 명문 샬케 04로 임대 이적한 이동경은 꿈에 그리던 유럽 진출에도 성공하며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유럽 무대에 도달했던 이동경이었지만 그의 유럽 도전기는 아쉽게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독일 진출 이후 곧바로 중족골 골절 부상과 전술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기 출장에 계속해서 실패했다. 결국 카타르 월드컵 출장을 위해 2부 리그 임대까지 선택했으나 월드컵 출장이 불발되며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지난해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울산에 임대 복귀했으나 인상적인 활약을 남기지 못했고 설상가상 김천 상무 지원에 불합격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절치부심했던 2024시즌, 이동경은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하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리그 개막 후 6골 4도움을 기록하며 2021시즌 달성했던 커리어 하이 기록을 7경기 만에 갈아치웠으며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도 강력한 장점인 왼발 슈팅으로 골을 기록하며 소속팀 울산에 클럽 월드컵 진출권을 선물했다. 오는 29일 김천 상무로의 입대를 앞둔 이동경은 떠나기 전, 울산에 값진 '입대 선물'을 챙겨주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