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첫 회가 공개된 HBO '동조자'의 주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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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미국물을 많이 먹었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갇혀 1년에 동안 써 내려간 진술서의 내용이 원작 소설의 빼대를 이룬 것처럼 드라마 역시 이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조자> 1회는 주요 등장 캐릭터를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극중 배경이 된 1975년 베트남을 담아내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럴 경우, 자칫 지루한 전개로 치우치면서 시청자들을 놓치는 드라마가 종종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이와 같은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킨다. 엄청난 물량 투입이 이뤄진 사이공 시내 재현과 포격 및 폭발, 다양한 CG는 HBO의 든든한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영화 이상의 볼거리를 마련한다.
<동조자> 속 일정 부분은 24년 전 걸작 < 공동경비구역 JSA >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새로운 고민처럼 느껴진다. 프랑스계 혼혈 주인공은 남베트남과 북베트남, 그리고 미국에 발을 걸쳐 있지만 세 곳 모두에서 그리 환영받는 인물은 아니다. 이는 < JSA > 속 스위스 국적 한국계 군인 소피(이영애 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북과 남의 대치 상황 속 주인공의 심적 갈등 또한 그때를 회고하게 만든다.
베트남 전쟁은 여러 영화에서 다룬 것처럼 선과 악이 명확치 않은, 불분명한 명분을 놓고 벌인 의미 없는 희생이라는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곤 한다. <동조자>는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가미하면서 다양한 미장센과 트랜지션(화면 전환)을 활용하는 박 감독 특유의 연출 기법을 총동원해 극장 밖 작은 화면에서도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한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옛말을 그대로 입증해낸다. 아직 6회분이 더 남아 있지만 <동조자>는 첫회부터 박찬욱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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