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힙합씬의 새로운 장을 연 래퍼 '언에듀케이티드키드'언에듀케이티드키드는 미국의 '총질하고 마약을 팔아 성공한 래퍼' 컨셉을 내세웠다.
언에듀케이티드키드 인스타그램
인기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비대면 데이트'는 중고차 딜러, 카페 사장, 재벌 3세 캐릭터 등을 내세우며 이들의 특성과 모순을 웃음의 소재로 활용했다. 그 이전에 <개그콘서트>의 코너 '용감한 녀석들', <코미디 빅리그> '코빅법정' 등 레거시 미디어에서 코미디언들이 직업적인 특성을 풍자해온 것의 연장선상이다.
그중에서도 힙합 래퍼는 자주 패러디의 대상이 되어온 직업군이다. 미국 흑인 래퍼들의 추임새들을 일상생활에서 쓰는 래퍼들을 따라한다거나 (말끝마다 yeah, 갱갱갱 같은 추임새를 넣는 등), 힙합의 남자다움을 위시하며 여성 앞에서 강한 척을 하지만 정작 위기의 순간에 나 몰라라 도망가는 식으로 허세에 찌든 남성성에 관한 풍자도 코미디 콘텐츠에선 이미 익숙한 문법이다.
이러한 힙합을 패러디하는 코미디는 어느새 '진짜 갱스터' 콘셉트를 차용한 뮤지션의 등장으로 더욱 심화된다. 2010년대 초반, 흑인 슬럼가의 마약 거래장소에서 유래된 힙합 장르 '트랩'을 직수입한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들은 흑인 갱스터의 총격전과 칼부림 사이에서 탄생한 음악을 차용했는데, 직관적이고 거친 사운드를 만들며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한국 힙합에서 "나는 진짜 갱스터 출신이다"라고 말하는 래퍼 '언에듀케이티드키드'가 등장했다. 트랩 사운드만을 차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슬럼가 뮤지션들의 특성을 가져다가 연기하는 래퍼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그는 서울 도봉구 출신의 한국인이며 캐나다에서 유학한 사실이 있다.)
언에듀케이티드키드는 반복적으로 범죄나 돈, 여자에 관한 가사를 쓰며 중독적인 사운드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여기엔 부작용도 따랐다. 마치 힙합 장르의 허들이 낮아진 것 같은 착시효과를 준 것이다. 자극적이고 뻔한 가사들을 반복해 쓰고, 강렬하고 거친 사운드를 연달아 사용하면 사람들이 좋아해 줄 거라는 착각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언에듀케이티드의 성공은 그의 음악적 성취보다는, 독특한 콘셉트 덕분이라는 오해 때문에 이를 따라하는 래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코미디 유튜브 <뷰티풀너드>는 이런 상황을 자신들의 기회로 삼았다. 어쩌면 코미디언들에게 래퍼는 군침이 도는 소재였을지도 모른다. 래퍼들의 이러한 '기믹 전략'(콘셉트를 연기하는 전략)은 어찌 보면 코미디언들의 '부캐' 전략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소위 '기믹' 래퍼라고 불리는 이들은 작업실에서 10분 정도 음악작업을 하다가 인스타그램 릴스를 1시간 이상 보고, 예쁜 여성 셀럽(유명인)들에게 DM을 보내며 치근덕대기에 몰두하고, 그러나 자립심 없이 부모 집에 얹혀 사는 것으로 풍자된다. 미국 흑인 게토와 같은 어려운 환경에서 한번도 살아보지 않았지만 그들의 삶을 동경하고 따라하는 데 여념이 없는 가짜 래퍼들은 풍자의 대상으로 적격이었다. <뷰티풀너드>는 가상의 힙합 듀오 '맨스티어'를 창조해 이러한 힙합 뮤지션들의 문제 혹은 모순을 패러디하기 시작했다.